[원로지성] 깨끗한 사회와 울타리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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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나라의 개인 주택에는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어떤 주택에는 낮은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지만, 고급주택이나 고위층과 부자들의 주택에는 대부분 높은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어떤 호화주택에는 울타리 담벽이 수 미터에 이르는 주택도 있다. 그처럼 높은 담벽을 설치하는 목적은 주택 안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안전보장과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물을 보호하기 위함일 것이다.

예로부터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 중 어느 것이 맞는가 논쟁해 왔다.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범죄함으로 실낙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인간 원죄론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시각에서 보면, 마키아벨리(N. Machiavelli)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는 여우와 같은 사람도 있고, 사자와 같은 사람도 있기에,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加)하는 사람들에 대해 방어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웃 간에 울타리를 높이 쌓을수록 범죄가 줄어드는 사회가 이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는 인간들이 왜 범죄를 일으키는가의 근본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인간 세계는 악한 사람들보다 선한 사람들이 더 많다. 악인들을 감소시키고, 선인들이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살기 좋은 선진국형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선진국은 국민소득이 높아져 가는 데만 기준을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범죄가 적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선진국형의 요체일 것이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간상을 육성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목적 못지않게 과정을 더 중시하는 정직한 인간상 교육이 강조되어야 한다. 출세하기보다, 그리고 부자가 되기보다 먼저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인성교육(人性敎育)이 무엇보다도 중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틈만 있으면 남을 속여서라도 자기 배만 채우려는 돼지들이 난무하는 탐욕 사회를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적으로 치안 활동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범죄자들이 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중시해야 할 것은 부정‧부패가 없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이유는 부패한 곳, 썩은 곳에는 파리 떼들이 몰려들어 범죄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범법자들은 비리로 조성된 금품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가를 항상 노리고 있다. 따라서 불의한 부자들이 아무리 담벽을 높이 쌓는다고 하더라도 노리는 도적을 완벽하게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유가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하기보다는 불안할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나눔의 정신을 발휘하면 할수록 행복감이 넘칠 것이다. 그런 정신을 가진 사람은 울타리가 없어도 편안하게 단잠을 잘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웃 간에 서로 믿고 서로 신뢰하면서, 그리고 평화롭게 소통하면서 공존‧공영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살기 좋은 이상적 사회는 거저 굴러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보고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라고 말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정직하고 남의 것 탐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정신 가지고 이웃과 이웃 간에 높이 설치되어 있는 높은 담벽의 울타리를 허물어 공간을 넓히고 가슴까지 훤하게 트이도록 울타리 없는 진정 선진국형 나라를 우리 모두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 정신이 북녘땅에까지 미쳐 굳게 닫힌 남북한 담을 허물어뜨리는 데까지 기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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