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운동 105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교회 140년의 역사 속에 이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없었다. 민족과 교회가 하나가 되었던 유일한 사건이기 때문이요, 기독교가 천도교나 불교와 손을 잡고 민족적 거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세계사적으로도 유일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예수를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한마음이 되어 만세를 외친 사건이기 때문이요, 성직자와 평신도가 모두 애국자가 되어 태극기를 들고 한목소리로 독립을 위해 피를 흘렸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10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작금의 한국교회는 민족에게도 관심이 없고, 타 종교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불신자는 전도의 대상일 때만 마음을 열려고 한다.
타 종교와 손을 잡고 불신자와 함께 외쳤던 105년 전 기독교인들은 지금의 우리가 흉내낼 수 없는 정통 보수 신앙의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본래 삼일운동의 거사일이 3월 2일이었으나, 그날이 주일이었기에 기독교인들이 반대하였고, 전날인 1일이 거사일로 정해진 것이다.
105년 전 기독교인 수는 국민의 2% 정도였지만, 그들은 골리앗과 같은 일제 앞에 물맷돌 하나로 맞선 다윗처럼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며 악의 세력에 대항하였던 진정한 믿음의 사람들이었다. 삼일운동 당시의 교회는 민족의 문제를 안고 함께 고민하던 공동체였다. 한국교회는 민족 독립을 위하여 조직을 만들 줄 알았고 그 조직을 주도할 인물을 키울 줄 알았던 종교였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삼일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교회가 몇 퍼센트나 될까? 삼일절 예배마저도 양적 성장을 염두에 둔 “복 받으라”는 식의 설교가 행해지고 있는 현실이 매우 서글프다. 우리가 쓰는 찬송가에는 아직도 삼일절에 부를 우리의 찬송이 없다. 삼일절 예배에 성가대가 부를 찬양곡도 없다.
오늘날 교회는 민족의 문제에 구체적인 관심이 없고, 민족은 교회가 가까이 오는 것을 꺼린다. 교회는 민족을 책임지려 하지 않으며, 종교로서의 자존심도 없다. 교회의 정신이 세상을 선도하기는커녕 세상의 경영 논리가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에서 교회도 몸집 불리기를 위한 피곤한 무한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105년 전 삼일운동 당시의 교회를 돌아보며, 진짜 보수 신앙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