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촛대는 부단히 옮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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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국가들의 흥망성쇠의 정치적 단면을 보면 변화무쌍(變化無雙)하다. 한때 번창했던 바빌로니아 제국, 앗시리아 제국, 페르시아 제국,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 제국도, 그리고 그 이후에 나타난 로마 제국도 망했다. 산업 혁명 후 제국주의 발달과 함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던 대영 제국도 대부분 독립추세에 있고 후광이 존재할 뿐이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오히려 세계를 주도하면서 중국과 세력을 겨누고 있다.

세상의 권세도 돌고 돈다. 예로부터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높은 권세라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권(大權)을 좋아한다. 그것을 장악하기 위해 나라의 지도자들마다 온갖 권력투쟁을 자행한다. 그렇게 하여 권력을 한 번 장악하면 순순히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권력을 장악하여 그것에 맛을 들이면, 그 권력이 자신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에 온갖 못된 짓을 다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이 많다. 예컨대, 로마제국의 네로(Nero) 황제나 조선시대 연산군(燕山君)과 같은 군주들이 그런 부류에 속하는 자들이다. 그렇지만 대권을 장악한 국가 최고 통치자의 시대는 가고 새로운 시대가 계속 대두하기 마련이다. 

국가의 통치자가 아무리 독재정치를 하면서 장기집권을 꾀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독재정권은 무너지고 새로운 지도자가 대두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세계 각 나라마다 정치변천사의 흐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나라마다 부자가 많았다. 고대나 중세의 농업사회에서는 토지를 많이 소유한 토지 귀족들이 부자로 행세하였다. 그러나 근대 산업사회가 되면서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 국내외 시장에 팔아서 이득을 많이 취하는 상업 귀족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까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으로 선점하는 기업이 주요 경제권을 장악하는 시대로 변천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우주개발을 통해 새로운 경제력과 군사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시대변천에 따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의 흥망성쇠도 반복되고 있다.

사회적 신분변천의 측면에서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시사회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인간들 사이에는 신분 차별이 적었다고 본다. 하지만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로, 부족사회에서 국가사회로 변천되어 가면서 점차 인간들 간에 신분 격차가 현저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고대사회에서는 강대국이 약소국가를 정복하여 전쟁포로들을 노예로 삼아 혹사하기도 했다. 이런 노예는 많은 예속의 시대를 지나 중세시대는 농노로, 오늘날에는 노동자나 근로자로 신분 대접을 받는 사회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강자가 약자가 되고 약자가 강자가 되고, 권세 잡은 자가 넘어지고 억압받던 자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필연적 섭리를 지칭하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도록(마20:16) 왜 촛대가 옮겨지는가(계2:5)의 원인을 깊이 통찰할 필요가 있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촛대가 이동하는 역사의 흐름을 거울삼아 자신과 국가가 서야 할 위치를 올바르게 자각하며 대처해야 한다. 그런 대처는 모순된 것을 날마다 새롭게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하려는 개혁 의지로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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