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졸저 『꿈대로 되는 교회』라는 책은 「나침반」사가 발간한 교회 부흥 체험기 시리즈 가운데 여섯 번째 책이다. 그 책 가운데 지금의 예배당 비전채플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토막이 소개되고 있다.
당시 우리는 340평 정도 유치원 부지에 1천 평 정도 예배당을 건축하고 교회 부흥 일로를 달리며 행복하게 목회를 하고 있었다. 어느 새벽 예배 ‘비전’에 관한 설교를 하고 예배당을 나서는데 낯선 부인이 예배당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사님, 저는 신비주의자도 아니고 환상을 본 적도 없는 타교회 교인입니다. 오늘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기도를 하는 중 이상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늘 목사님의 비전을 펼치려면 1만 평의 땅이 필요하겠구나라는 뜬금없이 지나간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감동을 목사님께 전하라는 가슴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꿈대로 되는 교회』라는 책이 1999년 11월에 발간되었으니 아마도 1998년쯤이나 있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3-4년이나 지난 2002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1만 평 건축 부지를 구입하게 되었다.
어렵사리 땅은 구입했지만 1만 평 땅 위에 1만 평이 넘는 예배당을 건축하는 일이 어찌 쉬울 수가 있으랴! 당회가 1차 건축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출발도 하지 못하고 해산을 했다. 2차 건축위원회를 구성하고 설계를 하는 중 위원장의 사표로 모든 위원들도 사표를 내고 말았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기도 중 장로님들 가운데 당시 40대 초반 젊은 장로를 건축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장로님은 나름 성공적인 사업을 펼치다가 IMF 강풍으로 사업을 접고 새로 시작한 사업마저 법적 갈등에 휘말리고 있어 인생 최대의 환난을 겪고 있었다. 그가 바로 비전채플 건축을 마무리해준 윤한진 장로이다. 건축위원으로는 설계사 김혜완 장로, 감리사 천명선 장로, 건설회사 부사장으로 있던 송근 장로를 임명했다. 모두가 40대 초반 젊은 장로들이었다.
나까지 다섯 명 우리 건축위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만나서 기도하고 의논하고 밥을 먹었다. 건축이 진행되는 2년여 기간 동안 족히 200번 이상의 밥을 함께 먹었으리라. 건축이 시작되고 완공되는 그날까지 우리 건축위원들은 식사비, 활동비, 교제비 등에서 교회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 식사시간마다 장로님들은 서로 식사비를 내겠다고 싸우기가 일쑤였다. 이 싸움을 말리는 묘책을 내가 제시했다. 이 재미있는 묘책은 건축이 끝나는 그날까지 아니 그날 이후로도 종종 시행된 묘안이 되곤 했다. “장로님들, 제가 식사 기도를 하다가 기도 중 한 분 장로님의 이름을 언급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그 밥값은 언급된 장로님이 내시는 겁니다. 때로 한 분의 이름도 등장하지 않을 때는 제가 밥값을 내는 겁니다.” 함께 박장대소하며 이 묘안에 동의를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섯 명이 모였으니 서로의 가정과 개인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려견 새끼 낳은 일까지 소상히 서로 알고 있었다. 나는 기도 중 오늘 밥값은 누가 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마땅한 분이 없으면 내가 내면 그만이었다. 왜 서로의 생각에 차이가 없었겠으며 왜 서로의 마음이 꼭 같기만 했으랴. 그러나 단 한 번도 서로의 불편을 표현하거나 갈등을 노출한 적이 없었다. 2년동안 우리는 웃기만 했고 서로 격려만 했고 감사만 했다. 이분들 외에도 우리 교회 당회 안에는 밥값 서로 내려고 싸우는 장로님들로 가득하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