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철 목사 기념관 관장 김관수 장로(양곡교회)
우리나라에 기독교 복음이 들어온 지 벌써 140년이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기독교가 부흥하고 성장한 나라도 드물 것입니다. 폐쇄되고 가난한 이 땅에 살 길은 오직 복음밖에 없다는 선교사님들의 열정과 순교자들의 희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
방방곡곡 교회들이 세워지고, 교회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 성령의 역사가 교회와 성도들에게 임하여 이제는 세계 복음화를 위해 선교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된 교회와 교인들이 세상에서 빛이 되고 선하고 좋은 일로 본을 보이면서 세상 사람 보다 믿어 주고 인정해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면을 통해 믿음과 신앙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순교의 밀알이 되신 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님의 일사각오의 신앙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일제 강점기 때 한국교회와 민족의 지도자로서 사랑받고 존경받는 분입니다. 나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학교 교육은 웅천개통학교, 오산학교 졸업 후, 연희전문학교를 안질로 중퇴하고 고향 웅천에서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청년들을 중심으로 계몽 활동과 전국 조선 청년단 임원으로 활동하셨고, 1919년도에 전국적으로 독립 만세 운동이 일어났을 때 웅천, 웅동 지역에서 독립운동하시다 일본 헌병대에 붙잡혀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1937년 일제의 황민화 정책으로 인해 신사참배의 엄청난 강요를 받게 됩니다. 온 나라 곳곳에 신사를 만들고, 집단으로 끌고 가 우상인 신사에 절을 하며 참배하게 하고 신사참배는 신앙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의례라고 설득하며 성도들을 옥죄어 왔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면 옥에 가두고 상상을 초월한 고문을 하며 압박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던 목사님은 엄청난 고문 속에서도 오직 우리를 위해 십자가 지시고 골고다를 향해 가신 주님처럼 영문 밖의 길을 바라보며 믿음과 신앙의 절개를 지켰습니다. 감언이설로 다가오는 일본의 숱한 유혹과 고문과 협박에도 담대히 믿음으로 맞서 나아갔습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1935년 5월(마13:1~13) 금강산 목사 수양회에서 △먼저 엘리야의 권위를 외치시며 바알과 아합 왕을 향한 엘리야의 외침같이 신사가 바알이요, 아합이 천황이라 비유하며 엘리야의 신앙과 기도가 있으면 예언자의 권위가 권능이 설 것이고 목사의 권위도 설 것이다.
△예레미야의 권위를 외치시며 우리는 일본에 아부하면서 끌려갈 것인가, 하나님의 말씀을 외치며 살 것인가 판단하라.
△세례요한의 권위를 외치시며 동생의 아내를 빼앗은 헤롯 왕을 향해 율법을 어긴 죄인이요, 회개하라고 외치는 세례요한처럼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권위가 설 것이라고 여러분은 목사의 권위로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그 후 1935년 9월(요11:16) 평양신학교 사경회 강사로 초청받아 불같이 내뿜은 설교가 그 유명한 ‘일사각오’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주님의 제자들도 염려되고 두려운 마음이 깊어지게 되던 때, 도마가 우리도 또한 가서 같이 죽자고 했는데 일사각오를 외친 도마는 예수를 버리고 사느냐? 예수를 따라 사느냐?
△예수를 따라 일사각오! 예수를 버리고 사는 것이 정말 죽는 것이고, 예수를 따라 죽는 것은 정말 사는 것이니 십자가 지시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신 한 방울의 땀과 눈물, 피의 흔적을 기억하고 우리의 몸을 십자가의 제단에 드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고통과 두려움에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남을 위하여 일사각오! 우리 주님이 십자가에 죽으심도 우리와 같은 죄인을 위함이니 우리도 자기를 희생함으로 남을 구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펜젤러 선교사님의 희생도 한 여학생을 구하기 위함이며, 흑인 노예를 위해 희생한 에이브러햄 링컨, 아프리카를 구원하기 위한 리빙스톤, 인도를 위한 도마의 순교도 남을 위한 일사각오 정신이다 선포하셨습니다.
△부활 진리를 위한 일사각오! 죽은 나사로를 다시 살리신 사건을 통해 주님의 부활과 우리 신자들의 부활을 의심하지 말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공산당 무리도 윗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리거늘 영생을 믿고 부활을 소망하는 신자들이 왜 죽음을 두려워하느냐? 로마 제국 박해에서 100만 성도가 피를 흘린 것이 부활 신앙의 일사각오라고 하셨습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아닙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했고, 이별의 아픔에 슬퍼했고, 고문이 두려워 기둥을 붙잡고 가기 싫어했던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주기철 목사님에게는 예수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신앙을 버리고, 신앙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끓어오르는 예수님 사랑을 외치셨습니다. 정성으로 섬기며 뜨거운 사랑으로 섬겨라 즉 하나님을 열애하라고 외치셨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되 뜨겁게 사랑하라고. 목사님 뿐만 아니라 옥중 성도들이 다 예수님처럼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죽는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과 타협하여 사는 것보다 신앙 양심을 지키다 죽는 것이 하나님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셨습니다.
목사님의 장남 주영진 전도사님도 목사님처럼 담대하게 순교의 길로 따라가셨습니다. 항일독립운동가 주기철목사기념관이 벌써 개관한 지 9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주기철 목사님 순교 80주년입니다. 순교 8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2월 14일, 생가 전시관을 개관했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기념관과 생가 전시관을 함께 볼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기철목사기념관은 목사님의 일사각오의 신앙과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별히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주기철 목사님의 신앙은 한국교회에 던지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예배가 훼손되고 서로 갈등하며 교회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신앙의 정조를 지키며 믿음의 길을 가고 있습니까? 다른 교회 다른 사람들을 비방하고 차별하면서 우리 교회, 나는 다르다며 비방할 것이 아니라 더욱더 우리 자신을 쳐서 말씀 앞에 굴복시키는 믿음, 거룩함과 경건을 회복하여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쁘시게 하는 선한 일이 무엇인지 함께 믿음의 길로 잘 달려가는 우리가 되길 원합니다.
끝으로 신사참배를 반대하셨던 목사님과 성도들이 주기철 목사님에게 오셔서 하신 말씀이 신사참배 한 사람들과 구별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은 주기철 목사님은 “목숨 앞에 겁을 먹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감사한 것은 죽음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담대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라고 하신 말씀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지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