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성벽을 재건하라’는 주제로 52일간의 특별새벽기도회를 한다. 송구영신 예배 날 자정에 시작해서 2월 29일에 끝맺는데 느헤미야서만으로 52일 동안 새벽을 깨우겠다는 엄청난 발표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로 놀라웠다. 우선 두 달 가까운 기간인 장기간의 특별새벽기도회라는 기획에 심상찮은 긴장감이 엄습했다. 우리 목사님께서 나 같은 게으름뱅이의 마음가짐을 꿰뚫어 보셨구나, 웬만한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울 것 같아서 아예 작심하고 장기치료 기간을 정하셨구나, 그것도 그냥 두 달로 한 것이 아니라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한 기간과 같은 52일을 정하신 것은 무언의 강력한 메시지로 이미 우리를 압도하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주제가 ‘마음에 성벽을 재건하라’이다.
의사의 엄명으로 새벽이나 늦은 밤에 외출을 삼갈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지 오래지만 코로나 덕택으로 영상예배를 드리면서 새벽기도도 영상으로 참여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하며 화면 앞에서 새벽을 연다. 느헤미야서가 13장밖에 안 되는 비교적 짧은 성경인데 어떻게 52일을 그 본문으로만 하시겠다는 건가, 고개가 갸웃거려 졌지만 기도만 하면 되는 것이 내 본분이라 생각하고 무릎 꿇었다. 그런데 한 장을 하루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날 하시기도 하는데 그것도 몇 절씩 잘라서 하시는 게 아니라 전체 장을 다 본문으로 해서 다른 각도로 깊이를 달리해가며 골수를 쪼개시는데 그야말로 성경을 이렇게 읽고 이해하며 실천해 가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가슴으로 깨닫게 되면서 마음이라는 공간에 말씀의 벽돌이 소리 없이 쌓여져 갔다. 느헤미야는 팔을 걷고 강퍅한 내 마음을 문질러 부드럽게 해서 말씀을 녹여 넣고 어떤 것으로도 흔들지 못할 성벽을 착실히 쌓아주었다. 52일의 대장정을 마쳤음이 꿈만 같다.
13장밖에 안 되는 짧은 성경, 게다가 그 엄청난 예루살렘 성벽의 재건이라는 대공사를 하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은혜 충만한 장면들에 마음 흥건히 젖는가 하면 그 와중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그 일에 대한 느헤미야의 발 빠른 대처 등을 보면서 바로 내 모습이다 싶어 은혜도 받고 회개도 하면서 성령충만을 기도하는 동안 내 마음에도 성벽이 세워진 것 같은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제발 이 성벽 무너지지 않게 도우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