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미학] 독감방 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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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는 그때 그처럼 어머니께서 외로워하시고 적적해 하시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

성후는 바닥이 꺼질 듯이 큰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같았으면 절대로 어머님께 그렇게는 무심하지 않았을 거야. 외로우실 텐데 남자친구 한 분 사귀시라고 간곡하게 말씀을 드렸을 거야.” 

“그때 어머님의 연세가 몇이셨었지?” 

“72세!” 

“그런데 그 연세에 결혼을 하시라고?”

빤히 들여다 보는 신규의 눈은 기가 차다는 냉소로 가득 차 있었다.

“못했지 그런 말씀을! 그러니까 너만은 제발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거야 내 말은!” 

“잘못이라고?”

신규는 피식 하고 웃었다.

“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야 도대체! 팔순이 넘어 당신의 몸 하나 가누기도 어려우신 아버지께 결혼을 권해 드리라고?”

성후는 바닥으로 눈길을 돌렸다.

15년 전 어느 가을날 새벽녘의 일이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화장실을 다녀 오다가 얼핏 거실 옆방에서 새어나오는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발을 멈추었다. 지금껏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애절한 목소리였다.

“여보!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으시단 말이에요? 나처럼 건강해야 한다면서 보약을 지어다 주시던 당신이 어떻게 훌쩍 홀로 당신만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단 말이에요. 그처럼 서두르시지만 않았던들 우리 귀여운 막내손녀를 보실 수가 있으셨을 게 아니에요.”

이 말이 들렸을 때 성후는 하마터면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전 지금 사는 것은 남부러울 게 없어요. 우리 애들처럼 착한 애들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어요? 매일같이 자기네 집으로 오라고 성화들이고 먹고 입는 건 아무 걱정이 없어요. 이러니 이게 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그러나 당신이 없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에요. 청빈한 교육자로 평생을 고생만 하신 당신! 그저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어머니는 목소리를 죽여가며 우셨다. 입술을 물고 억지로 버티는 성후의 양쪽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 넘쳤다.

“당신은 아시죠?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시고 제일 먼저 하신 말씀이 사람이 독처하는게 좋지 않으시다고요.”

성후의 입이 실룩거렸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그토록 외로워 하시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당장에라도 방으로 뛰어 들어가 어머니를 와락 끌어안고 목놓아 울고 싶었다.

“당신 생각나세요? 애들 등록금이 모자라자 내 금반지를 보고 잠시만 빌려 달라고 하시며 내 눈치를 살피시던 당신! 비록 고생은 됐었어도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어요.”

성후는 더 참을 수가 없어 급히 화장실로 되돌아가 문을 잠그고는 소리를 삼켜 가면서 울었다. 이것이 벌써 15년이 지난 일이다. 어머니는 그 후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시종 아닌 척 하셨고 성후 역시 교수생활에 쫓겨 야속하게도 어머니의 새벽 울음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성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신규에게 타이르듯 말을 했다.

“아니야 우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고 있어. 그 마음의 허전하심을 모르고 있단 말이야.”

“안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 그만 하라니까! 될 수 없는 말을 왜 해?”

“될 수 없다구? 그럴테지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래서?”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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