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장편 서사시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으로 유명하다. 그는 126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출생하였는데, 9살이 되던 해에 평생의 연인 베아트리체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1274년 어느 봄날 귀족들의 파티에서 만난 8살의 소녀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삶에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꽃이었다.
단테는 그로부터 9년 뒤인 18살이 되었을 때 강가를 산책하는 베아트리체를 우연히 보게 되고 사랑의 열병을 앓지만, 베아트리체는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스물네 살의 꽃다운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불후의 명작인 ‘신곡’을 13년에 걸쳐 완성하였다. 그는 독실한 신앙인이었으나, 당시 교계의 부조리에 저항하여 교황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에 가담하였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그는 1370년 35세의 나이로 고향에서 영원히 추방당하고 만다. 단테는 이 고난의 시간에 좌절하지 않고 베아트리체를 생각하며 오로지 ‘신곡’의 완성에 몰두하였다. 사랑이 위대한 기적을 낳은 것이다.
단테의 사랑은 베아트리체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점 더 의미가 확장되어 인류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했다. 진정한 사랑은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다. 절망을 극복하는 희망이다. 불안을 해소하고 위안을 주는 묘약이다. 고난을 견디고 승리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한 존재를 지옥에서 천국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은총이다.
증오는 인간을 악마로 만들지만, 사랑은 인간을 천사로 만든다. 미움은 모든 상황을 지옥으로 만들지만, 사랑은 인간을 지옥에서 천국으로 인도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신이 주신 사랑의 힘이 내면에 있다. 인간은 그 사랑의 힘으로 자신을 구원하고, 사랑하는 자를 구원하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종교적 박해 속에서도 살아 남았으며, 훗날 중세를 종결시킨 종교개혁의 횃불을 밝혔다. 단테가 지핀 사랑의 불씨가 자신을 구원하고, 인류의 어두운 역사에 빛을 던져 주었다.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단테이다. 우리의 입술이 사랑의 신곡을 부르고, 우리의 손은 희망의 꽃을 심으며, 천국으로 다가가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아갈 때, 그 사랑의 불씨는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희망의 불꽃으로 타오를 것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