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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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는 서로 믿음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혼자만 잘 믿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나는 누구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었나? 이 교회에서 누가 내 버팀목일까?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스치는 생각이었다. 둘 다 얼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예전에는 구역 예배를 잘 드려서 구역 식구들이 버팀목이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평생 사회생활을 했지, 전업주부였던 적이 없다 보니 자연히 주일에만 교회에 나오는, 그야말로 ‘일요일 신자’였다. 그것도 남편이 건강할 때까지는 일찍 예배드리고 부리나케 교외로 빠져나가기 바빴다. 자연히 성도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다 보니 깊은 친교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우리를 전도한 장로님마저 미국 이민 길을 뜨신 후로는 큰 버팀목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교회 신문을 맡아 봉사하는 동안 많은 장로님들과 교역자들과 자주 만나면서 그분들이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 세월이 오래 흐르다 보니 많은 권사님들과 장로님들이 기도해 주신다는 것을 알고 마음 든든했다. 그러다가 심하게 아프면서 많은 기도의 군사들이 있어 이길 수 있었음을 알았을 때 눈물로 감사기도 드릴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버팀목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버팀목이 되어 준 기억이 없어 당황스럽다.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많은 성도들이 바로 버팀목인 것을 모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주 만나고 절친하게 지내는 성도가 없다는 생각만 하면서 버팀목이 없다고 허전해하는 이 미련함이 한심하기만 하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이기적이고 교만한 사람인가?

얼마 전부터 중국어 예배부에 동참하면서 성도의 교제가 얼마나 은혜로운 것인지를 실감했다. 작은 교회가 은혜롭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거기서 조차 많은 버팀목을 갖기만 했지 내가 버팀목이 되어 준 적이 없는 것 같아 하나님께 이 시간 깊이 회개한다.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만 받아먹고 즐기는 욕심 사나운 이 죄인을 용서하시고 이제라도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기 위해 그 대상을 열심히 찾아 소리 없이 받쳐주는 은혜로운 여생을 살게 하옵소서. 깨달았으면 실천하게 하옵소서. 실족하지 않게 붙들고 밀어주시옵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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