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골리앗은 언제, 무엇이었을까? IMF 때 남편이 직책상 책임을 뒤집어쓰고 온 재산이 다 날아가며 풍비박산이 됐을 때, 대학 시절 갑작스런 심장병의 발병으로 고등고시를 포기하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을 때, 6.25 한국전쟁 중에 아버지가 납북당할 때, 아니면 혼인도 하기 전 스물일곱 때 갑자기 어머니가 하늘길 떴을 때, 칠순을 코앞에 두고 남편이 홀연히 떠나버릴 때, 이런 등등이 일평생 살아오는 동안 만났던 나의 골리앗들이다. 그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을 이 정도의 난관에만 부딪치며 살았다면 복 받은 인생이지 무슨 난관을 돌파했다는 소리를 하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딴에는 감당하기 힘든 절벽 같은 일들이었다.
어머니를 잃을 때까지는 예수님 품을 모를 때 일이고, 남편과 관계된 일들은 예수님을 영접하고 난 후의 일이다. 아버지의 납북은 시대의 격랑에서 당한 일인 데다가 어렸고 어머니와 오빠가 보호해 주었으니 내가 물맷돌을 직접 들어야 할 일은 아니었다. 고등고시 포기는 살이 에이는 아픔이었지만 거역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체념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노처녀가 단둘이 의지하고 살던 어머니를 졸지에 잃는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충격이었고 삶 전체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일이었다. 생사에 관한 일이니 어디다 대고 물맷돌을 쏘아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전생의 업이거니 하며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가슴에 돌덩이가 얹혀 있는 듯한 고통의 나날이었다.
남편과 관계되는 일들을 겪을 때는 예수님 품 안에 있을 때라 확연히 달랐다. 절망의 순간에 기도했고 순간에 집이 날아갔지만 거리에 나앉지 않았고 지금도 안락한 집에서 잘 살고 있다. 다시 일어선 것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것은 오로지 감사함으로 기도하는 것이었다. 나의 물맷돌은 힘이 있고 골리앗은 맥을 못 추고 물러갔다. 남편과의 좀 이른 작별은 가장 거대한 골리앗이었지만 순종이라는 물맷돌과 그때까지 함께 잘 살 수 있었던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물맷돌로 물리쳤다. 예수님 빽이 이렇게 든든한 것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
내 여생의 물맷돌은 감사와 순종이라는 기도뿐이다. 모두를 맡기고 드리는 기도보다 더 강한 물맷돌이 없음을 깨닫고 기쁘게 실천할 수 있는 성령의 동행까지 허락하심에 감사한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