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배후에는 상당히 많은 비대졸자, 육체노동자, 비도시 거주자, 저 소득자, 그리고 소위 기독교 근본주의 신자들이 포함되는데 미국이 ‘옛날 같지 않다’는데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생긴 정치세력이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그 불만의 일차적 원인으로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를 든다. 그러나 이것들은 이미 다 아는 대로 지난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강성 노조의 임금투쟁으로 임금이 상승하면서 제조업(예, GM)이 경쟁력을 잃게 되어 저임금을 찾아 공장들이 미국을 떠남으로써 생긴 것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미국에 경쟁력 있는 분야로 남아있던 금융 산업을 통해서 미국이 세계적 경제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것이며 그 대가로 유색인종(주로 히스패닉)의 미국이민 확대와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 도약국가들의 대미국 수출의 증대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음을 무시한다. 이러한 그들의 불만에 대한 원인 인식이 정당한지의 여부를 떠나서 거기에다 그 전부터 민주당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인종차별금지의 많은 조치 때문에 유색인종의 수입과 신분의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에 대한 백인 저소득들의 불만이 그들의 전통적 우방인 민주당을 떠나게 만들었다. 그러자 미국의 극우파 보수 세력이 이번에는 과거에 노조전성시대에는 민주당의 가장 큰 표밭이었던 미국의 중서부 구 공업지역의 전·현직 노동자들 중에 다시 움트기 시작한 인종차별적 움직임을 은근히 부추기자 그중에 일부는 백인우월주의를 겉으로 내놓고 외치는 사태에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비전문직, 육체 노동계층의 불만을 감지한 공화당 돈줄의 큰손 중 몇몇은 이들이 잠재적으로 커다란 정치세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이 세력과 손잡는 전략이 맞어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해서 집권한 트럼프는 4년 동안 이들의 불만을 정책을 통해서 더 노골화하고 이번 선거에거 그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그런 정책 중 가장 쉬운 표적이 미국에는 늘 저자세를 취해 온 대한민국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한미통상조약의 ‘부당성’과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비공정성’을 부각시키면서 한미통상협정은 이미 거의 그의 뜻대로 수정되었고 주한미군의 비용부담 문제는 아직도 논의 중이다. 그 다음 그는 ‘파리기후변화 국제협약’에서 탈퇴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불공정무역과 기술도용을 부각시키면서 지금의 미·중 갈등에까지 이른 것이다. 사실상 지난 4년간 그가 외친 큰 소리에 비하면 미국이 중국에서 얻어낸 것은 매우 미미하자 드디어 그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과의 관계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가 위에서 말한 비전문직, 저소득 백인들에게는 영웅이 된 것은 어찌 보면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가 반대하는 것은 무엇이나(기후변화나 환경문제) 반대하고 그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따르고 그와 동의하지 않는 다른 정당이나 인물에 대해서는 거의 ‘적대적(?)’ 관계처럼 대한다.
다섯째, 이번 선거를 통해서 밖으로 노출된 민주주의의 모범국으로 자처하는 미국 정치의 후진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실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후보가 된 것 부터가 그 후진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고 이번 선거와 같은 불법, 무례, 거짓으로 유세를 저질로 몰아간 것도 모자라 엄연히 투표의 결과(비공식적)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는 미국 역사에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정치의 후진성의 가장 큰 문제는 정당 간의 대화, 협력, 타협 등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잃어버린 정도로 꽉 막혀 버린 미국 정치에 대해서 환멸을 느낀 중·상위층의 정치에 대한 환멸과 포기 등은 무엇보다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도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