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아서 돌아오십시오.
“밥 먹었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그래 조심히 집 들어가고 푹 자
매일 묻던 나의 안부
별거 아닌 너의 말들
그게 그렇게 그립더라.”
이윤재 씨의 “별거 아닌 말”의 정감 어린 글이 일상의 회복을 기도하는 나의 간절함에 그만 눈물을 보일 뻔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은 멀어지고 먼 사람은 더 멀어진 코로나 시대가 아픔을 줍니다. 전대미문의 팬데믹(pandemic)으로 절대가치인 예배가 무너지고 찬양과 기도가 꺾이는 참담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비대면(非對面)이었습니다. 이제는 각자 예배의 자리로 돌아와야 될 때입니다. “벌 받던 여름은 가고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라는 김남조 시인의 한 줄 시구처럼 부디 기도가 회복되길 바랍니다. 주님 앞에 서서 가슴에 하늘을 품어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내 안에 일어나는 불안감과 막연한 염려를 잠시 내려놓고, 우리를 새롭게 빚으시는 주님의 은총 속에 머물기를 원합니다. 낡아 버린 시간, 설렘조차 없이 허겁지겁 채워가는 시간에 뭔가 청신한 기운을 불어넣고 싶습니다. 불안과 초조함 속에 아무 대안도 없이 엄벙덤벙 벌써 11월 한 해의 끝자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떠 하든 때가 되면 피었다 지고, 꽃 진 자리에 열매를 맺는 나무들의 성실함이 우릴 부끄럽게 합니다. 남은 시간들은 조금 더 정신을 가다듬고 견실하게 하루하루를 채워갈 수 있기를 빕니다. 낡아 버린 시간, 재난과 전염병도, 생각 없이 무디어져 있는 내 마음이 분명한 목표의 지향점을 찾아 달려가길 원합니다.
‘재난과 교회’라는 책에 기록된 마틴 루터의 말을 소개 합니다.
“하나님의 작정 안에서 악한 자가 독과 치명적인 병을 퍼트렸다.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께 자비를 베푸셔서 우리를 지켜달라고 간구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소독하여 공기를 정화할 것이고 약을 지어 먹을 것이다. 나는 내가 꼭 가야 할 장소나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아니라면 피하여 나와 이웃과의 감염을 예방할 것이다. 혹시라도 나의 무지와 태만으로 이웃이 죽임을 당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만일 하나님이 나를 데려가기 원한다면, 나는 당연히 죽게 되겠지만 만일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누구든 어떤 곳이든 마다 하지 않고 달려 갈 것이다.”
그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나를 필요로 한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중세시대 흑사병이 창궐할 때 한 말입니다. 살든지 죽든지 자기를 통해 그리스도의 존귀함이 드러나기를 바라는 바울같은 사람을 누가 굴복시킬 수 있겠습니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했던 자기의 수고가 허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태도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믿는 사람들은 주의 군대니 앞서가신 주를 따라갈지라” 이런 고백이 주는 자유함은 얼마나 컸을까요. 이런 마음으로 살면 실적 혹은 결과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나 신실한 태도로 임했느냐가 문제일 뿐입니다.
사랑이 깊으면 그리움도 깊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셨습니다. 마치 탕자의 아버지가 밤새 문 열어 놓고,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죽을 것 같은 그리움입니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되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됩니다.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사랑이 아니듯이 하나님은 우리를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사랑의 존재로 여기셨습니다.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주신 하나님의 그리움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누구 말대로 우리 안에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비어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입니다.(전 3:11) 팬데믹의 위중한 상황이지만 성전 뜰 밟기 운동을 다시 시작하여 지난 1월의 일상이라도 복구되기를 원합니다.
지금은 모두 각자 자신의 신앙을 스스로 지켜야 될 때입니다. 그리고 내게 주신 사명을 찾아 더 깊은 곳에 그물을 던져야 겠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열찬 믿음의 행진을 보여줘야 됩니다. 그래서 요즘에 성도들을 향한 나의 인사말이 있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십시오”라고 말입니다.
“예루살렘 딸들아, 너희에게 내가 부탁한다. 너희가 내 사랑하는 자를 만나거든 내가 사랑하므로 병이 났다고 하려무나”(아 5:8)
남택률 목사<광주유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