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경이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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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는 말씀기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84년 4월 5일 부활절에 인천항에 도착한 언더우드 선교사는 “씨를 뿌리러 왔으나 열매를 거두고 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선교사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성경이 번역되어 읽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계 선교 역사에 유래가 없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한 한국교회 성장의 비결은 바로 이 성경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성경이 번역되어 있었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사건이다. 가장 먼저 번역된 순한글 성경은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이다. 중국 만주에서 활동하던 스코틀랜드연합장로교회 선교사인 로스(J. Ross) 선교사가 1882년 3월 24일 중국 심양에서 3,000부를 인쇄하였다.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는 단순한 최초의 한글 성경이라는 연대기적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글번역은 하나님께서 우리말로 말씀하시기 시작한 말씀 ‘방언화(方言化)’의 시작이자 기독교가 우리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리는 복음 ‘토착화(土着化, indigenization)’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로스 선교사가 번역할 때 한국인들을 특별히 이응찬 백홍준 서상륜이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로스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권서들은 이 한글로 인쇄된 쪽복음를 가지고 다니면서 복음을 전했다. 로스 선교사는 권서들에게 절대로 성경을 공짜로 주지 말라고 했다. 반드시 돈 받고 팔게 했다. 적어도 책 3분의 1 가격은 받게 했다. 돈이 없으면 물물교환을 했다고 한다. 하나님이 말씀인 성경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 쪽복음 읽히기 위해서는 한글을 가르쳐야 했다. 결국 한글성경 배포는 우리 국민들에게 한글 보급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주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조선 땅에 누가복음 이 쪽복음으로도 하나님을 믿게 되고 세례를 받기 위해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는 놀라운 역사들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덕주 교수는 자신이 쓴 책 ‘한국교회 처음이야기’에서 “성경말씀이 한반도에 응하여 한민족의 삶속에 임하였더라”고 기록하면서 이것이 자신의 책에 담고자 하는 핵심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 한국기독교 선교는 바로 성경의 역사인 것이다.

이덕주 교수는 이수정에 관련된 이야기를 이렇게 기록하고 하고 있다. 이수정은 낯선 책 성경 읽기에 몰두하던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낯선 사람’ 둘이 책을 한 보따리씩 안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게 무엇이오?” “당신 나라 조선에 가장 귀한 책이오.” “무슨 책이요?” “성경이오” 이 꿈을 꾼 후 이수정은 조선에 가장 귀한 책 성경탐구를 계속하였고 1883년 4월 29일 도쿄 로게츠죠장로교회에서 미국 선교사 낙스(G. W. Knox)에게 세례를 받음으로 일본에서 이루어진 조선인 최초의 개신교 세례자가 되었다. 이후 이수정은 미국 성서공회 총무 루미스(H. Loomis)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우리 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여 1884년 한문 성경에 이두(吏讀) 토를 단 4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일본 요코하마에서 인쇄하였고 1885년 2월에 순한글본 ≪신약젼서 마가복음셔언해≫를 인쇄하였다. 장로교의 언더우드(H. G. Underwood) 감리교의 아펜젤러(H. G. Appenzeller) 와 스크랜턴(Scranton) 가족 등 조선 선교 개척단이 조선으로 가기 위해 1885년 2월 일본에 들렀을 때, 이수정은 그들에게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중 선발대로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1885년 4월 5일 부활주일에 인천에 도착했을때 이수정의 꿈에 나타났던 ‘낯선 두 사람’처럼 그들은 조선에 가장 귀한 책을 한 보따리씩 갖고 들어왔는데 그것이 바로 이수정이 번역한 쪽복음서인 마가복음이었다. 그 덕분에 이수정은 ‘조선의 마게도냐인’(Macedonian of Korea)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한국 선교의 역사 가운데는 바로 번역된 성경의 역할이 얼마나 영향력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히브리서 4:12은 우리에게 성경, 즉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한국 개신교 선교 136년을 맞는 2020년 성서주일을 맞이하며 한국선교 초기의 핵심이었던 성경의 역사를 믿어야 한다. 사도행전 5장 20절 말씀에 보면 감옥에 갇힌 사도들을 주의 사자가 풀어주며 “가서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다 백성에게 말하라”고 했다. 이 사도들에게 주어진 사명이 이제 우리의 사명이 되었다. 성경, 즉 말씀을 통한 회복의 역사가 이 한반도에서 다시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성경만이 우리의 희망이다.

김승민 목사 <원미동교회 담임목사•장로회신학대학교 동문회장•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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