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발언대] 스스로 제한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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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태국여행 중 보았던 맹그로브 나무를 잊을 수가 없다. 염생식물인 맹그로브 나무는 다른 식물에게는 없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염류를 자체적으로 방어하는 기능, 흡수된 염류의 농도를 약화시키거나 제거하는 기능, 지진이나 화산 폭발의 여파로 밀려오는 해일과 그 충격을 깊게 내린 여러 갈래의 굵은 뿌리로 흡수하는 기능이다. 만약 맹그로브 나무가 없었다면 동남아 해안은 수시로 발생하는 해일로 늘 초토화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맹그로브 나무와 같은 기능이 있다. 절제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있는 힘을 최대한 사용하여 자기의 생각을 주장하려 한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더 많이 더 높이 더 크게 더 강하게 만들려는 욕망과 허영의 해일들이 마음속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이 해일에 의해 본인과 다른 사람의 인생이 침수되지 않고 파괴되지 않도록 제압하여 막아내는 힘이 바로 성령의 아홉 번째 열매인 절제이다.
야고보서 1장 21절에 “악을 내어 버리라”는 말씀이 있다. 이 악을 원문에서 보면 “선을 넘다”이다. 즉,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경계선을 넘으면 그때부터 악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절제하지 않고 막 쏟아내는 말과 행동은 서로의 관계를 파괴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거스르는 악이 되는 것이다.

시편기자는 하나님은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다고 찬양하고 있다. 그럼 하나님이 선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창조하신 분이시며 모든 존재를 규정하시는 분이다. 성경은 이러한 하나님의 능력을 전능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전능은 힘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전능을 그렇게 사용하지 않으신다. 스스로 절제하시고 축소하시고 조절하며 사용하신다. 그래서 하나님은 전능의 힘이 우리에게 도달할 때에는 사랑과 생명이 되게 하신다.
하나님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본체이심에도 불구하고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고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는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보내셨다.(시 53:2) 그리고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하신 권능을 갖고 계심에도 그 권능을 사용하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셨고 죽임을 당했다.(요 10:18) 신학자 몰트만은 이러한 하나님의 행동을 자기수축, 자기절제라고 말했다.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는 하나님의 자기제한이 바로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자기주장의 확대가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되어가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삶이 좌초되지 않고 붕괴되지 않기 위해 또한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스스로의 힘을 제한하는 절제의 힘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유승종 장로
<용천노회장로회 회장 · 새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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