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오후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문상하기 위해 오랜만에 신촌에 갔다가 너무도 썰렁한 거리 풍경에 놀랐다. 언제나 삼삼오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붐볐던 거리가 황량하게 비었고, 문을 닫은 가게들도 눈에 많이 띄는 낯선 풍경은 ‘여기가 정녕 내가 알던 젊음의 거리가 맞는가’라는 의아심을 갖게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고, 겨울 바람이 싸늘하게 불어도 이제는 크리스마스 절기에 들어섰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경험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같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희미해도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수복 후에 다니던 신촌의 한 교회에서 맞았다. 당시에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속성으로 준비한 찬양을 교인들 앞에서 부르는 행사를 갖고 몇 가지의 과자와 학용품을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있다. 비록 산타클로스로부터 받지도 못했고 그 내용도 초라한 선물이었지만 어려웠던 당시로는 꽤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집으로 그냥 가기에 섭섭해 교회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찬양하며, 나름대로 크리스마스의 감격과 기쁨을 나누었고, 이런 행태는 일생 동안 이어져온 셈이다. 11월 중에 있는 감사주일이 지나면 교회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태세를 갖추는 것이 하나의 불문율이고, 특히 찬양대를 하던 나는 음악예배를 위한 연습에 골몰하곤 했다. 게다가 송년회를 겸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계획되어 있고 카드나 선물을 준비하는 일들로 정신 없이 보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몸이 피곤하게 바쁜 중에도 이 일이 결코 싫지 않았고, 또한 당연하게 내가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어떤 마음과 자세로 하나님께 서는 가를 생각하고 또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진정으로 축하하는 가를 마음속에 새겨보기 전에 「12월은 이렇게 보내는 것이다」라는 주위의 흐름과 오랜 전통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이 따른 관습인지 모른다. 물론 예로부터 교회의 가장 큰 행사는 성탄예배인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세계의 축제가 되면서 이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은 멀리 가고 단지 상업적인 요소가 첨가된 하나의 축제가 되어버린 형상이 되었다.
코로나가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나도 몇 번 참여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합창도 해서 감격과 은혜를 받았던 ‘메시아 공연’같은 연합행사는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모든 교회에서 계획하는 성탄절 행사도 거의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를 기대했던 우리의 마음에 허전함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기라지만 금년에도 어김없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화려한 모습으로 오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사람들의 친구로서, 정말 낮은 자세를 지닌 구주의 모습으로 오시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어렵고 힘든 사람의 구주가 되시려고 오시기에 우리도 순수한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지금까지 잘못 이해되었던 겉으로만 화려한 행사에 치우치지 않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셨고 들에서 양치는 목자들이 순수하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첫 번 크리스마스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거룩하고 고요한 날이 될 것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