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작은 교회들이 공간이 없어 예배를 드리지 못하거나 임대료 문제로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코로나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섬, 아니 재한 몽골학교를 짓고 나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나섬이 한국교회의 미래 목회와 선교의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이다. 뿐만 아니라 작고 연약한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비전을 주고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래서 장로회신학대학교와 더불어 신학생들과 도전적 목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을 위해 목회와 선교사역을 지원하기로 양해각서도 교환했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나 보다. 중도에 논의가 멈추면서 우리의 계획과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가진 생각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그 사역을 이루기를 소망했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다 코로나가 내게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도록 가르쳐 주었다. 이제 나는 그것을 시작하려 한다.
공유경제가 새로운 경제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자동차도 사무실도 함께 나누어 쓰면 더 경제적이며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예배당은 왜 나누어 쓰지 못할까? 미국이나 호주에 가면 많은 한인 교회들이 현지의 예배당을 시간제로 임대하여 사용한다. 그래서 예배시간도 오전이 아닌 오후로 잡거나 현지인 예배가 끝나는 이후 시간으로 잡아 예배를 드린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그렇게 예배를 드리고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 신앙생활을 한다. 굳이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들 이유가 없다. 그래서 작은 교회도 얼마든지 자기들만의 색깔을 가지고 목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특수 목회나 특별한 교회를 만들어 목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청년들만 모이는 교회, 홀로 사는 이들의 교회, 노인들만 모이는 교회, 전문적 직업을 가진 이들의 교회, 약자들만 모이는 교회 그리고 혹시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사람들의 교회 등.
세상은 다양하다. 그만큼 예배와 신앙생활에 대한 욕구도 다양하다. 이제 획일적인 교회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교회를 만들 시간이 되었다. 이미 늦은 것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그런 교회들이 모이고 예배하며 그들만의 삶과 영성을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교회를 만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그런 공동체를 만들자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정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능력이 되지 못하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 오늘 우리의 상황이다. 전세 보증금을 내고 매월 비싼 월세를 내며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공동체를 꿈꾸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교회의 미래를 매우 불확실하게 만들어 놓았다. 과연 교회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예배의 개념과 교인의 의미까지, 이제 과거의 교회가 아닌 새로운 교회로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