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일본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20 동경하계올림픽이 금년 7월 23일-8월 8일로 연기되었지만 아예 취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본 정부가 취소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는 보도가 언론에서 나오면 당국자는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부인하기 바쁜데 그들의 말을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일본의 올림픽 역사는 기구하다. 1936년 나치 독일의 베를린올림픽에 이어 1940년 올림픽을 유치해 신흥강국의 위세를 떨치려다가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무산되고 한참 뒤 64년에야 동경올림픽을 개최했다. 그 후 동계올림픽을 삿포로와 나가노에서 두 차례 열고 하계올림픽을 56년 만에 또다시 주최하려다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난 것이다. 120년 올림픽 역사상 세계 대도시 가운데 파리, 런던, LA 세 곳만이 두 번씩 올림픽을 주최하는 영예를 가졌는데 금년에 동경이 못하면 2024 올림픽은 다시 파리로, 2028 올림픽은 런던으로 넘어가게 된다.
200여 나라 사람들이 한 도시에 모이는 올림픽은 하나님의 큰 선물이다. 국가 간 메달 경쟁이 치열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자신의 육체적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각종 기록을 갱신하면서 인류의 정상을 뜻하는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다. 그리고 동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도전의 희망을 선사한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무궁한 정신능력을 허락하면서 한정된 공간에 함께 살도록 육체적 기능에는 어느 만큼의 한계를 두었다. 그 한계 안에서 인간은 ‘Citius, Altius, Fortius –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를 향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창조주에 대한 절대적인 승복에 다가간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많은 사람들이 88올림픽 2주간 쾌청한 날씨 아래 서울이 세계의 잔치마당이 되어 8년 만에 처음으로 정치적 보이콧이 없는 평화의 축제를 개최한 사실을 만족스럽게 기억한다. 대한민국은 이를 기점으로 국가 발전이 가속화 되어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세계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국내 정치의 혼란 속에 나라가 제자리걸음 아니 뒷걸음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자아낸다. 정부는 가까운 일본땅에서의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미국, 중국과 더불어 북한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정상외교를 기대했는데 이것이 무산되고 있어 아쉬운 생각이 클 것이다.
동경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렸을 때 마지막 날 마라톤 경기에서 어느 무명 선수가 2시간의 벽을 깨고 주경기장에 달려들어와 테이프를 가르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선수라면 더욱 좋겠지만 어느 나라 출신이건 그가 수립하는 신기록은 인류의 공동 자산이 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4년간 전심으로 기량을 갈고 닦아온 세계 각국의 「올림피언」들이 오늘 당하는 피해는 안타깝다. 이들이 인생 최고의 꿈을 이룰 기회를 잃고 좌절감에 빠지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일본은 지금까지 올림픽 준비과정에 지출했다는 4.5조엔(50조원) 가량의 비용에다 올림픽 개최시의 기대수입까지 감안하면 물질적 손해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연기가 아니고 취소되면 이들 손실은 손실로 끝나고 만다. 인류의 재앙을 겹으로 당한 일본 사회에 내부적 갈등요인이 적지 않을 터인데 총리 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며 안정을 꾀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의 한일 관계에는 악조건들이 쌓여 있지만 어려움에 처한 일본 국민들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 최근엔 후쿠시마현에 심한 지진까지 재발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