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쉼터] 부끄럼을 가르치는 학교

Google+ LinkedIn Katalk +

어린 시절에 해수욕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사치에 속하기도 했지만, 막상 수영복을 입었을 때에 남에게 보여주는 깡마르고 볼품없는 내 모습을 드러내기가 싫었기에 수영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년이 지나면서 간혹 친구들과 사우나라도 함께 할 요량이면, 불룩 나온 배 때문에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간혹 집에서 기르는 개들도 잘못을 하는 경우에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주인의 눈치를 보고,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도 실수했을 때에는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각종 문화가 발달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부끄럼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철면피가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몰지각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옷차림이나 용모에 신경을 써서 남보다 못하다고 이를 부끄러움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나이는 들었어도 아직 정신연령이 미숙한 사람에게서나 볼 수 있는 가치 기준이라 할 수 있고, 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끄러움의 기준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취하는 행동이나 가치관 그리고 인생관에서 정해져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정말 믿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특히 선거를 앞둔 각종 후보들의 공약은 마치 거짓말 대회의 경연장인 양 말하는 사람이나 또한 이를 듣는 사람이 모두 같이 길들여져 있는데 그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나라나 한가지라 할 수 있겠다. 그러기에 크고 작은 단체에서 선거에 의해 그 단체장을 선택할 때는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약속도 있는가 하면 상대방을 헐뜯기 위한 인신공격도 서슴없이 하기에 과연 저들이 남을 위해 봉사하려는 사람이고 한 단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물인가를 떠볼 때에 의아심을 갖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것은 곧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눈만 들추어내는 잘못을 범하는 일이 많은 우리로서도 한번쯤은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저지른 잘못이 다행히 드러나지 않아 착실하고 모범적인 사람으로 행세하며 살아가면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을 향해 나만은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음행한 여인에게 감히 돌을 던질 수 있는 죄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할 때가 종종 있음을 반성하기도 한다.

변호사나 의사 또는 회계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면 대개 주기적으로 일정한 시간 동안 보충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자칫 뒤떨어지기 쉬운 새로운 전문 지식 습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면서 항상 전문가로서의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사회생활에서도 한결같은 생활자세이니 나이 들어가면서 생겨나는 오만함이나 경직된 사고방식을 세대에 맞게 유지하고 남과 타협할 수 있는 현명한 자세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도 우리에게는 항상 나의 자세와 생각이 올바른가를 반성하고 결코 부끄럼이 없는 생활을 해나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언제나 이를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실천하기에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이제 곧 우리나라의 장래를 인도할 지도자를 뽑는 보궐선거가 있다. 단순히 2명의 시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고 정말로 부끄럼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은 올바른 공직자를 뽑는 운명이 우리들의 두 손에 달려 있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