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정치와 음악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음악을 모르는 정치는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되고 그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편을 가르게 하고 상대방을 죽이고 매장시키며 피 냄새가 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음악에서 좋은 지휘자는 여러 다른 소리를 모아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정치란 여러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조화시키는 일이다.
조선시대의 최고의 음악이론서인 성종 시대의 악학궤범(樂學軌範)에는 임금의 덕목을 가리켜 “같지 않은 소리를 합하여 하나로 만드는 것은 임금의 인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풍속의 성쇠 또한 여기에 달려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어떤 사회의 소리가 합해져서 조화를 이룰 때 예악을 앞세우고 형벌을 뒤로 한 태평성대를 누리게 된다고 말한다. 악학궤범에는 삼황오제(三皇五帝) 시대를 가리켜 말하기를, “이는 모두 예악(禮樂)을 먼저하고 형벌(刑罰)을 뒤로하여 교화(敎化)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므로 사방(四方)이 교화된 공효가 있었고 40년 동안 형벌이 없는 융성함이 있었다”고 말한다.
좋은 정치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같지 않은 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요, 각각의 특성을 살리되 하나의 하모니가 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특정한 악기에 편애하지 않고 전체의 음악을 작곡자의 의도대로 입체화 시켜 청중에게 기쁨을 주고 만족을 주는데 있다.
정치란 사람을 다스리는 일이다. 사람을 다스린다는 뜻은 사람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화시키는 일이다. 더 나아가서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정치란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로운 모습을 닮는 것이며, 좋은 정치 아래서 사람들은 희로애락의 감정에 중용을 이룬다.
정치가는 구술을 꿰듯 같지 않은 백성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어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악학궤범에는 “악(樂)의 도(道)가 백성을 다스리는 데 큰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좋은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음악의 이치를 배워야 한다.
이 나라가 소리를 하나로 모을 줄 아는 정치가가 없어서 연일 시끄럽다. 권력이 칼을 휘두르고 형벌을 앞세워 다른 목소리를 죽여 버리려 할 때, 예악은 사라지고 공포 정치는 시작된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