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삶의 현장] 목사님 안방에서 받은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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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추수감사절에 성찬식이 있었다. 목사님은 성찬식을 행하면서 고린도전서 11장에 있는 말씀을 낭독한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치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를 범하는 죄가 됩니다. 따라서 성령을 거스르는 자와 교리를 모르는 자와 교회를 부끄럽게 하는 자와 무슨 은밀한 중에 알고도 범죄한 자들은 이 떡이나 잔을 삼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 몸을 분변치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그때 그 말이 내 머리를 큰 망치로 후려 때리는 것 같음을 느끼고 정신이 아찔하였다. 이 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대중들이 쳐다보고 있는 성가대석에 앉아 있었다. 성가대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세례 교인들이어서 접시가 돌아오는 대로 떡을 하나씩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앞으로 떡이 돌아왔다. 

나는 먹어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말하고, 나는 모양만 기독교인이지 실제는 참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지만, 손은 떡을 집고 있었다. 내 속 사람과는 다르게 포도즙까지 마신 뒤 내가 느낀 것은 내가 나를 속인 것을 이렇게 용서하기 힘든데 내가 남까지 속이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된다면 나는 용서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신정 때 나는 광주 D교회의 목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 교회의 가짜 세례증을 가지고 취직한 것을 고백하였다. 목사는 내 경위를 듣고 아무 말 없이 얼마 동안 기도만 하고 있더니 나를 안방으로 인도하였다. 그리고 성찬기에 물을 담아 와서 당회가 무엇인가, 제직회가 무엇인가 등 설명하고 몇 가지를 더 물었다.

“그대는 하나님 앞에 죄인인 줄 알며 마땅히 그의 진노를 받을 만하고 그의 크신 자비하심에서 구원 얻을 것밖에 소망이 없는 자인 줄 압니까?”

나는 마음 깊숙이에서 그리고 회한에 찬 소리로 크게 “예”라고 대답했다. 정말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목사는 몇 가지를 더 물었다. 

“이제는 예수를 믿는 오승재에게 내가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그의 물 묻은 손이 내 머리에 닿을 때 나는 감전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이 뒤 목줄을 타고 내려왔다. 나는 그것이 피부를 스며들어 뼛속 혈관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음을 느꼈다. 

홀로 저벅저벅 걸어 나오며 이제 나는 다시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고 자신에게 다짐하였다. 갑자기 닫혔던 커튼이 열리며 눈부신 햇살과 함께 창밖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것을 느끼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경치였다. 세상이 새롭게 보이고 나는 변한 것이다. 

나처럼 세례를 받은 사람이 또 있을까? 나는 어떤 절기도 아닐 때 목사님 방에서 단독으로 세례를 받았다. 또 이런 환경에서 세례를 받았다 할지라도 나처럼 철저히 회개하고 목사님 말씀을 하나님 말씀처럼 듣고 거듭난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창세기 1장 1절이 떠올랐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때까지 그것이 믿어지지 않아 읽히지 않은 구절이었다. 1장 1절이 막혀 계속 성경을 읽어 나가기가 힘들었던 구절이었다. 

나는 거기서부터 성경을 제대로 읽어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성(理性)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성경의 첫 번째 문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말씀이 이상하게 믿어지는 것이었다. 믿음의 세계와 손에 만져지는 세계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유한에서 무한으로 건너뛸 수가 없는데 믿음은 이성을 초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승재 장로 

•소설가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오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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