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2] 시대정신

Google+ LinkedIn Katalk +

세계사를 되돌아보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갈 때는 반드시 새로운 시대 정신이 요청되었다. 예컨대, 서양사의 경우를 보면 중세말 14~15세기는 봉건적 종교적 속박의 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개혁적 인간상을 추구하는 르네상스라는 시대가 요청되었다. 이런 시대적 요청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에서는 자크리(Jacquerie)의 난(1358), 영국에서는 와트 타일러(Wat Tyler)의 난(1381) 등 농민반란과 로마 가톨릭교회의 개혁운동이 대두하였다. 중세말 혼란을 극복할 강력한 지도자들의 대두를 갈망하는 절대주의가 대두하였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띠고 나타나게 된 통치 이념이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이다. 군주는 종래의 봉건적 영주보다 도시의 시민과 결탁하여 국가 권력을 절대화해 가면서 왕권신수설을 주장하였다. 이런 군주들 중에는 짐이 곧 국가라고 하는 루이 14세와 같은 절대군주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국가의 주권이 군주에게 있다는 것이다. 17‧18세기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경험론과 합리론에 기초한 계몽주의가 대두하였다. 로크(John Locke)나 루소(J. J. Rousseau) 등 계몽주의자들은 사회계약설을 주장하면서 군주의 절대권력에 반기를 들었다. 그런 계몽주의자들의 사상을 배경으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고자 몸부림친 것이 영국의 청교도혁명(1642), 미국의 독립혁명(1776), 프랑스혁명(1789) 등의 시민혁명이다. 신사고로 등장한 서구의 시민혁명은 시대정신에 부응한 대단히 중요한 혁명들이다.

동양사의 경우 중국사를 보면, 국가가 분열되어 있을 때, 통일을 시대정신으로 삼아 통일국가를 이룩하고자 하는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군웅들이 활거하던 춘추전국시대(770~221 B.C.)에는 진나라 진시황에 의해서 통일국가를 이룩하고자 하는 강한 통일정책의 분위기가 대두한다. 또한 한족이 세운 남조와 북방의 유목민족이 세운 북조의 남북조시대(420~589)에도 수문제(隋文帝)에 의해 통일시대를 이룩하고자 하는 강한 경향성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후삼국시대에는 포악성을 드러내는 궁예보다 왕건을 중심으로 통합되기를 바라는 민심의 경향성이 나타나고, 후백제의 견훤과 신라 경순왕 세력에 대한 왕건의 포용성과 합리적 정책은 후삼국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는 많은 국난이 있었다. 그중에서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 일본군이 한반도로 침탈해 올 때, 우리나라에서는 의병을 만들어 왜군을 축출해 내자는 것이 그 시대의 최대의 시대정신이었다. 18세기에는 공리공론적(空理空論的)인 유학사상을 배격하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학사상을 구현하자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1910년 한일 합방으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에는 독립운동을 통해서 국권을 회복하자는 것이 시대정신이었다. 오늘날 시대정신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남북한 동포들의 진정한 민의가 반영되는 평화통일이 가장 중시되어야 할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는 민족은 국가의 난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대정신을 가지고 그 시대의 난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투철한 주인의식(主人意識)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시대가 우리를 부른다면, 언제든지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고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 그런 소명의식을 가지고 나서느냐 나서지 않느냐의 문제는 바로 자신의 결단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 시대의 부름에 순응하는 동시에,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선도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