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현충원 내에 있던 고 백선엽 장군 묘역 안내판이 갑자기 사라졌다. 한 시민단체의 항의 때문이라고 한다. 영웅이 잠들어 있는 묘역을 찾는 참배객들의 문의가 많아 작년 7월 설치해 놓았던 것을 시민단체의 항의로 없애버린 것이다. 북한 공산군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대한민국을 살려낸 ‘6.25전쟁의 진정한 영웅’을 존경하기는커녕 민족의 반역자로 취급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천박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구한말 일본제국주의 통치하에서 36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일본 사람 밑에 들어가 일한 것은 자연 순리요 식자(識者)들이 관공서나 군에 들어갔어도 살기 위한 선택이었지 일본에 충성하려고 들어간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조직과 문화 속에서 살았다고 그들을 ‘친일파’라는 낙인을 찍어 반역자 취급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특히 대한민국 건설에 공이 큰 사람일수록 적대시하는 풍조가 강하다. 이런 풍조는 친북 좌익사상을 가졌거나 좌파운동권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이들은 남에게는 무자비하게 비판하지만 자기 조직과 친인척에 대해서는 ‘친일’을 해도 문제삼지 않는다. 균형감각 없이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다. 이념에도 내로남불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고 북한으로 넘어가 인민군 창설에 공이 큰 김원봉(金元鳳)에게 훈장을 주자는 주장도 거침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상한 풍조다. 나라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대면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백선엽 장군은 우리 국민 뿐만 아니라 6.25전쟁에 참전했던 모든 나라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어른이다. 창군의 주역이요, 우리 국군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6.25때는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까지 밀려갔을 때, 낙동강 최후 방어선인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군 3개 사단의 공격을 받아 부대가 괴멸상태에 빠지게 될 때, 사단장 자신이 죽기를 각오하고 전선의 맨 앞에서 병사들을 향해 『내가 맨 앞에 설 테니 나를 따르라. 만일 내가 뒤로 물러서면 나를 쏴라』고 부하들을 독려하며 낙동강 최후전선을 지킨 용장이었다. 만일 백 장군이 지휘하는 다부동 전투에서 적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도 불가능했고, 대구 부산도 적의 수중에 들어가 대한민국은 없어졌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군신이다. 32살 최연소 때 참모총장에 올라 두 번씩이나 역임했고, 최초의 4성 장군(33세)이 되었으며, 정전협정 때에는 한국군의 초대 한국대표이기도 했다. 또한 휴전 직후 한국의 안보를 위한 ‘한미동맹’이 거론될 때,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적극 반대하자 그를 설득시켜 조약을 체결시킨 외교 안보전략가이기도 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반대한 이유는 국가 간 동맹을 맺으려면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이 우리에게 줄 것이 뭐가 있겠는가? 라는 것이다. 할 말을 잊은 백 장군은 묘안을 내놨다. 한국이 공산군의 침략을 막아주면 미국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라며 계속 설득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전쟁영웅일 뿐 아니라 외교 안보전략가이기도 하다. 그 결과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70여 년 동안 안보를 지켜왔던 것이다.
이렇게 공로가 큰 전쟁영웅을 반역자 취급하는 것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치졸한 방법이다.
더구나 그는 100세를 사신 분이다. 필부도 100세를 살면 존경하는 법인데 영웅을 필부만도 못하게 천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야만적 행동이다. 미군도 백장군을 영웅으로 모시고 그를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 장군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해디 헤리스 주한 미대사가 휠체어를 탄 백 장군 앞에 무릎을 꿇고 생일을 축하해 주던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세계인들은 한국이 이렇게 번영한데는 백 장군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애도한다. 성범죄를 짓고 자살한 고 박원순은 서울시장(葬)으로 치르면서 영웅을 천대하는 나라가 오늘의 한국이다. 어떤 못된 놈은 대전에 모신 것도 모자라 ‘파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놈도 있다. 이것이 현 정부의 모습이다. 창피해서 어디 이 땅에 살겠는가!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영웅을 영웅답게 모시고 존경하는 나라가 부러울 뿐이다.
배영복 장로<연동교회>
• 한국예비역기독군인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