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다 준 엄청난 변화중 하나는 교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흩어지는 교회를 경험하지 못한 교회로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흩어지는 교회는 한마디로 유목(遊牧)적 신앙생활을 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가 얼마 전 만난 한 자매는 목회자의 자녀이지만 현재 출석하는 교회가 어디냐고 묻는 물음에 매우 당황스러워 했다. 그리고 어느 교회에 출석하느냐는 물음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는 물음이며, 우리 시대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꼰대들의 오래된 질문이라고 답했다. 지금 젊은이들은 기존의 교회로 몰려가기보다 그때그때마다 자기가 찾아들어가고 싶은 교회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교회 교인이라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
소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안나가) 교인들이 이미 25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예배를 드릴 수 없었으며 그것을 강요하는 교회는 오히려 이상한 교회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평생 교회 예배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나의 어머니도 지난 1년이 넘도록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고 계시다. 이제는 교회에 가는 것이 특별할 만큼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셨다. 주일 아침이면 어머니가 다니시는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곧바로 우리 교회 온라인 예배에 접속하여 예배를 두 번이나 드리고 계시다. 80세가 넘으신 어머니도 어느새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신 것이다.
젊은 사람으로부터 연세가 많은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평신도로부터 목회자들에게까지 이제는 모두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 이제는 신학교에서도 온라인 예배학을 가르치고 더 좋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나섬에서는 지금 온라인 사역을 위한 스튜디오를 준비하고 있다. 8평 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그곳에서 이루어질 새로운 변화를 상상하며 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이젠 나섬의 모든 사역을 온라인 중심 사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몽골학교 학생들을 비롯하여 나섬의 모든 사역자들과 역파송 선교사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사역을 온라인화(化)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덧붙여, 할 수 있다면 가나안 교인들과 청년들을 위한 온라인 연합교회도 고려할 수 있겠다. 온라인 연합교회는 혼자 하는 교회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와 스토리를 갖고 있는 여러 목회자와 신학자, 평신도가 함께 만드는 교회다. 지금은 확실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상상력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 앞에 최소한의 적응을 위한 작은 몸부림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