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수상] 제주도에 심은 꿈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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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이제 어쩝니까. 이대로 못하겠다고 손 들면 이 사람들의 좋은 뜻을 무시하는 것이 되고, 그렇다고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그 많은 재정 부담을 안고 어떻게 이 사업을 합니까.’
기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기도하는 중에도 괜히 나 때문에 골프장 승인권이 다른 마을로 가면 어쩌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일단 급하게 골프장 도면을 그려서 설계도를 제출한 뒤 가까스로 승인 신청을 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도 우리 뒤로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회장님, 지금은 가승인을 받은 겁니다. 3개월 내에 본승인을 받으셔야 정식 승인이 납니다. 아시죠? 본승인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본승인이 나야 한다는 것은 골프장 설계 업체가 정해지고 자금 계획서와 공사 계획서를 승인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날 가승인 신청을 하고 돌아서면서 나는 ‘가지 않아야 하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골프장 건설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내 인생에 골프장이란 단어가 깊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하나님, 이러다가 제가 이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까. 이게 정말 하나님의 뜻입니까?’
수도 없이 묻고 또 물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3개월 안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실행할 기업을 찾는 일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시작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인데 그때는 어찌나 막막했던지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심란했다.

“회장님, 저희는 회장님이 이 일을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가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다. 골프장이라니, 그 많은 자본과 건설 과정, 회원 모집 등 온갖 상념이 뒤섞인 가운데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쩌자고 이 일을 떠맡았을까 싶다가도 마을 사람들의 진심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 또한 제주도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떠올리며 그곳까지 인도하신 일과 하필 그 지역에 양식장을 하게 하신 과정, 주민들과의 갈등과 봉합 속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게 한 모든 과정이 이 일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는 믿음이 들었다.
그제야 내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바로 나누라는 것이었다. 골프장 건설이라는 난제 밑에 깔려 있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이 일에 열심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쉽지 않은 시작일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분명 기도하며 나아가면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리라 믿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인생을 살면서 간혹 가지 않은 길로 인도될 때가 있다.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길을 가게 되었을 때 그것을 사람의 생각과 의지로 판단해선 안 된다. 그에 앞서 그 길로 인도된 과정을 돌아보고 어떤 의미와 뜻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당연히 그분께 기도하며 뜻을 물어야 한다. 그러면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고, 내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거나 나눠야 하는 일도 많다. 그때 주저함 없이 가진 것을 나누길 바란다. 내 경험에 의하면 그 나눔이 결코 헛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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