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먹고 사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창조적 존재로 지음 받았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무슨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 심지어는 동물처럼 행동도 한다. 자기 개성을 살려 멋진 외모를 꾸며주는 것도 선행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단기선교나 여행을 갔을 때 같이 간 분들을 위해 매일 같은 옷을 입지 않는다. 나를 보고 꽃을 보듯 눈이 즐거움을 더한다면 그것 또한 선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외모도 그러할진대 아름다운 인격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더 멋진가? 그중에 언어생활에 품격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천사를 만난 것 같다.
요즘처럼 말에 품격이 떨어진 세대는 없을 것이다. 말이 통할 때 느끼는 감동은 어떤 기쁨보다 크다. 말 하나 품격 있게 할 줄 모르면서 그리스도인이라 말하기 부끄럽다. 내 자신이 더욱 그러하다. 말을 많이 하는 나는 늘 조심스럽다. 비판도 참 멋지게 할 줄 알면 좋을 텐데 참다가 화가 나면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쏟아 내곤 한다. 칭찬이나 아첨도 상대방이 눈치 못 채게 은유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놓고 아첨을 해 천박하기까지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진짜 품위 있는 사람은 착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소박한 사람이 아닐까? 자연스러운 착한 마음이 부드러운 말로 들려지면 진한 감동도 느낀다.
“형 고로수 먹어요. 지리산 고로수 몇 말 보내왔는데 같이 드실래요?” 관악구에서 목회하는 아우가 2월이 돌아오면 초대하는 말이다. “권 목사 신선한 문어 한 마리 사 왔는데, 와서 같이 먹지” 은퇴하신 선배 목사님이 손수 음식을 차리고 나를 초대하는 말이다. 사람이 이런 인정을 낼 수 있다면 그는 얼마나 멋진 인간인가?
‘품격 있다’라는 말을 ‘멋있다’로 생각해 보자. 우리 사람은 아주 멋이 있어야 한다. 그럼 그 멋이라는 뜻이 무엇인가?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하는 짓이나 모양새가 격에 맞아 훌륭한 것.’ 그렇게 설명했다. 그래서 이 말을 뒤집어 얘기하면 품격에 맞는 말, 품격에 맞는 행동, 품격에 맞는 모양새 이럴 때가 참 멋있다는 말이다. 품격이란 말은 어떤가? 물건을 뜻하는 품(品) 자는 입 구(口) 자 세 개가 아래 두 개, 그 위에 하나 겹쳐 있는 모양이다. 이것이 인간에게 적용될 때는 우리가 한 말이 쌓이고 쌓여 물건을 이루고, 품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품격’할 때 격(格) 자는 ‘바로 잡다’라는 뜻이다. 특별히 주님의 사람들, 기독교 지도자들은 말이나 행동을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자꾸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품격이 생긴다. 품격이 있는 사람은 있음 그 자체로 다른 이들을 바로잡아 준다. 오늘 우리의 현실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사도행전은 초대교회 교인들의 삶이 얼마나 매력이 있었는지를 새 번역 성경으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서 호감을 샀다. 주님께서는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여 주셨다”(행2:47). 매력은 잡아당기는 힘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선교란 ‘매력의 감염이다’라고 표현해 보자. 나도 저렇게 말하고,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진정한 선교이다.
우리가 한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선한 일을 하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만드셨습니다”(엡 2:10)
품격 있는 삶이란 쉽지 않은 삶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품격 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마음이 평안하고, 좋은 에너지를 나눌 수 있다. 또 그 선한 영향력이 말하지 않아도 향기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현대 경영의 구루이자 사상적 리더라고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는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을 공간, 만나는 사람, 시간이라고 말했다. 즉, 공간을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시간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교회라는 공간에서 하나님과 새로운 성도들을 만나고, 예배하는 시간을 늘려 가면 우리는 분명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데 새로운 피조물의 특징은 언어부터 바뀐다는 것이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시장 사람인지, 선비인지, 정치인이지, 그리스도인인지 척 안다. 나는 아직 내 말이 회개하지 못하여 교만하고 자랑하고 고자질하는 언어인 것을 안다. 이제 다시 언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과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새로운 피조물이고 새로운 지도자이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처럼, 나부터 품격 있는 언어의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님은 지금도 시간 속에서 우리를 새로운 존재로 빚고 계시다. 언어가 회개하고 회개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성도로 빚어지기 위해 오늘도 하나님의 손에 우리를 겸허하게 맡기고, 하나님의 뜻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새겨지기를 소망한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이 깊어가고 있다. 격에 맞는 생각과 언어 그리고 행동과 모양새로 매력 있는, 멋있는 성도가 되고 싶다. 그래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나부터 회개의 언어를 쌓아 올려서 품격(品格)있는 그리스도인이고 싶다.
권위영 목사
<총회 군경교정선교부장·서울숲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