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돌아오지 않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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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6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근대사에서 한국은 불운과 비극의 나라요 열강의 싸움터가 된 한반도의 주인이다. 월남 이상재 선생은 “왜놈 여권으로는 천당이라도 가지 않겠다”고 단호함을 보였고, “우리는 싸우지 않고 빼앗겼으니 싸우지 않고 되찾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의 말대로 우리의 광복은 하나님 은혜요, 한국교회의 보이지 않는 역할 때문이요, 독립투사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며, 국제적인 도움으로 쟁취하게 되었다.
국가는 국민, 주권, 영토로 구성되는데 주권을 빼앗긴 36년은 국가 구실을 하지 못하던 자유의 빛을 잃어버린 암흑기였다. 주권이 없으면 국민과 영토가 있으나 마나이며, 국가로 인정받지도 못하므로 국민도 주권 없는 설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광복이란 문자적으로 빛을 회복하였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일제강점기에는 빛이 없었다는 뜻이다. 국가가 주권을 잃으면 빛을 잃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주권을 잃으면 자유도, 희망도, 삶의 의미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주권을 잃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국민도 영토도 있지만, 주권을 잃어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가 여럿이 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첫째 날에 빛을 창조하셨다. 하루 종일 빛 하나를 창조하셨으니 빛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 수 있다. 빛이 없으면 그 다음에 창조하신 모든 것이 존재하지 못한다. 빛이 있어야 모든 것이 존재한다.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이시다.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 세상은 빛이 있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빛이 회복되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해가 빛을 잃었다. 그리스도가 없으면 빛도 없는 것이다. 진정한 광복은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하여 다시 빛이 있으므로 국가와 민족에게 행복도, 희망도, 미래도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진정한 광복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며, 교회의 성장이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교회는 매 10년마다 배가를 이룰 만큼 세계교회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성장을 이루었다. 민족의 해방과 더불어 이 땅에 그리스도의 광복으로 어두움을 몰아낸 것이다.
하나님은 돌아오게 하시는 분이시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오게 하신 하나님은 돌아온 그들로 다시 둘이 되지 않고 하나가 되게 하신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백성을 용서하시고, 구속하셔서,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게 하셔서 회복하신 것이다. 이스라엘은 주후70년 로마의 티투스에 의해 나라를 잃은 지 1878년 만인 1948년 100여 개국에 흩어진 디아스포라들이 다시 약속의 땅으로 돌아와 국가를 재건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하나님은 돌아오게 하시고, 돌아오는 것은 그 자체가 감격이다. 돌아올 곳이 없는 것은 비극이다. 일제강점으로 일본, 중국, 만주, 필리핀, 동남아, 미국 등지에 흩어졌던 우리 민족이 다시 돌아오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사할린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돌아오고 싶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수많은 동포가 있다는 것은 국권 상실이 얼마나 오랜 아픔인가를 말해준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라는 남북한 군사분계선에 있는 다리가 있다. 1953년 한국휴전협정 체결 후에 포로 송환을 위한 다리이다. 포로들이 이 다리를 건너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다리이다. 이 다리의 본래 이름 ‘널문다리’이다. 다리는 건널 수 없는 곳을 이어 건널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건너기 위하여 만든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된 것은 민족의 비극이다. 돌아오지 않는 휴전선이 붕괴되어 돌아오는 자유로운 왕래의 땅이 될 때 우리 민족에게는 진정한 광복, 빛의 회복이 있을 것이다.

이성희 목사
<증경총회장·연동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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