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올림픽과 고대 그리스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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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으로 방역단계가 다시 높아지면서 사회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는 데다가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블루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우울감과 고독감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요즘 한줄기 시원한 바람과 같이 우리 마음을 즐겁게 해 주고 있는 것이 올림픽 소식이 아닌가 한다.
올림픽 초반에는 양궁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고, 펜싱, 체조, 높이뛰기와 같이 우리나라가 약세인 종목에서도 선전하는 선수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엊그제는 여자배구가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일본, 터키를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화이팅에 쾌활한 표정과 인간미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메달에 집착하던 과거와는 달리 선수 개개인의 집념과 인간적 면모가 더 큰 감동과 화제를 불러오는 것같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스포츠가 우리 정신건강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스포츠는 일상의 삶과 모든 면에서 닮았다. 우리 삶이 생존경쟁의 연속이듯이 스포츠는 냉혹한 경쟁의 세계이다. 승자만이 명예를 독차지하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반칙과 부정행위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은 스포츠는 사실 놀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가령 태권도 경기를 이겼다고 해서 승리의 쾌감과 명예만이 있을 뿐 현실의 투쟁과 같이 생사가 갈리는 문제는 아니다. 동물세계에서 어린 새끼들이 서로 물고 넘어뜨리는 놀이를 통해 성장해가는 것같이 스포츠도 신체적인 단련과 함께 협동심, 인내심을 키워준다.
고대 세계에서 인생을 놀이라고 생각했던 유일한 민족이 있었는데 바로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최초의 올림픽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 그리스 도시국가인 엘리스에서 처음 개최되었고 그 후 4년마다 한 번씩 열렸다고 한다. 경기종목도 처음에는 단거리 달리기로 시작해서 장거리 달리기, 복싱, 레슬링, 원반 던지기, 창 던지기 등이 추가되었다. 고대 올림픽은 로마시대까지 계속되어 오다가 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서기 393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종말을 고했다. 근대에 들어와 프랑스의 쿠베르탱이 올림픽의 부활을 주도하여 1896년 제1회 그리스 올림픽이 개최되고 현재에 이른 것이다.

고대 세계는 이집트를 비롯해서 바빌론과 페르시아 등 모두 절대왕권을 휘두르는 전제군주국가였던 반면에 고대 그리스만이 민주주의국가였다. 그리스인들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고 절대군주의 횡포와 압제를 용납할 수 없는 민족이었다. 이러한 자유로운 정신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을 뿐아니라 무지와 미신을 걷어내고 세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과학정신을 발전시켰다. 고대 세계 대다수가 전제군주 밑에서 노예 상태에 있었다면 그리스인들만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자유를 구가하면서 인생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그리스의 정신은 바로 인생을 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호기심많은 어린아이와 같이 그리스인들에게는 인생이란 즐거운 놀이이고 모험이며 탐구의 대상이었다. 매일매일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척박한 고대의 환경에서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축제를 열었던 것도 그리스인들의 이런 낙천적이며 쾌활한 놀이정신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코로나의 시련과 어려움을 고대 그리스인과 같이 인생을 즐기는 놀이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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