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동물은 순간을 위해 살 뿐이지만 인간은 늘 미래를 생각하며 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고, 성인이 되면 배우자를 기다리고, 그 다음에는 자녀를 기다리고, 그 다음에는 자녀의 결혼을 기다리고, 자녀의 자녀를 기다린다.
우리가 더 이상 아무것도 기다리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다.
기다림이 끝나는 곳 그곳이 삶의 종점이다. 끊임없는 기다림은 삶의 짐이기도 하지만 또한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 만일 우리의 삶을 살아있게 하는 기다림이 없다면 그곳이 절망이요 죽음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가? 다만 다음에 일어날 좋은 일만 기다리는 것인가? 우리가 끊임없이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에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
이러한 기다림의 문제를 다룬 책이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라는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작가의 작품이다.
두 주인공은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린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와 시간이 맞는지 그리고 고도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 채 막연히 기다린다. 한 주인공은 고도가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믿고 계속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주인공은 고도를 기다리는 일을 힘들어하며 계속해서 떠나자고 주장한다. ‘고도’라는 인물은 끝내 등장하지 않고 단지 소년 전령을 통해 “오늘은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는 전갈만 보낼 뿐이다. 이 책에서 끝내 ‘고도’가 누구인지 또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작가조차도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한 주인공의 대사가 기다림과 싸우는 이들의 고민을 잘 말해준다.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야. 그리고 우리는 그 대답을 알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축복을 받은 거야. 이 무서운 혼란 가운데서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네. 우리는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고도가 누구인지 언제 올지 전혀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이 확실하다. 저자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들이 기다리던 고도(Godot)에서 뒷부분의 알파벳 두 자를 빼면 God이 된다. 저는 주인공들이 자신도 모르게 기다리던 고도가 하나님이라고 해석하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는 ‘고도’, 언제 올지도 모르면서도 만나지 않으면 안될 것같은 마음으로 포기할 수 없는 ‘고도’는 곧 하나님이시다. 사람들이 불확실하면서도 끊임없기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은 죽음의 그늘 아래 있다. 죽음은 모든 기다림을 허무하게 만들어버린다. 평생 기다림 속에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절망을 가져다 준다. 죽음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못한다면 모든 기다림은 안개처럼 사라져 버리기에 기다림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사람들이 무엇보다 기다리는 것은 이러한 수수께끼들이 명확하게 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분명하지 않은 것들이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둠과 죽음의 그늘 아래 혼란스러워하고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 모든 것을 밝혀주고 우리가 기다리던 고도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주시는 구원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