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꽃피는 봄은 정녕 오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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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봄을 미리 알리는 것은 매화(梅花)라 했고 그래서 시(詩) 귀에도 매화는 매양 백설과 더불어 있기 일쑤였다. 백설 잦아진 골짜기에 은사(隱士)처럼 고고히 피어서 암향(暗香)조차 부동(浮動)케 하는 매화로 하여 봄의 숨결을 느끼던 옛사람들의 멋은 이제 고담(古談) 속으로 말리어 가고, 정월 영하의 수은주를 비웃듯이 빨갛게 빨갛게 철쭉꽃이 피어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있었기에 정월이 더욱 뿌듯한 기쁨으로 안기어 오던 것인데 현대인들은 그 멋을 깡그리 잊고서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한 겨울에 철 아닌 따끈한 쑥국을 후루룩 마시며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해마다 오는 정월이지만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 정월이 되면서 요 몇 해 동안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현기증나게 달라지면서 정월이 왔다가 쉬 가버린다.

음력 설을 지그시 음미하는 아기자기함과 봄을 다소곳이 기다리는 설렘이 아롱져 있던 그런 정월은 갈수룩 퇴색하고 감내키 어려운 잿빛 정월이 되면서 오고 간다.

사람에게서 사람다움을 앗아가려는 끈질긴 힘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연과 인간과의 아름다운 짙은 조화로움을 반추하며 있어야 할 내일과 그 다음 내일들이 멀고 또 멀기만 하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것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급변하는 시대적 조류에 맞추어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변화를 가능케 하는 창조주의 도움을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리라.

진리의 말씀에 따라 순종하면 무지의 사람이 변하여 지혜의 사람이 되고, 약한 자가 강하게 되고, 가난한 자가 변하여 부요케 되며,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고, 근심 걱정이 변하여 감사가 되고, 미움이 변하여 사랑이 되고, 다툼이 변하여 화합이 되고, 분열이 변하여 일치가 되고, 절망이 변하여 희망이 되고, 어두움이 변하여 밝은 빛이 되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오직 은혜였소”라는 고백의 찬양을 부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변화하는 소망을 이루려면 항상 “안돼요”, “못해요”, “어려워요”, “힘들어요”, “틀렸어요” 하는 생각들을 바꾸어야 한다. 변화를 이루려면 “되지요”, “해 봅시다”, “맞아요”, “할수 있어요” 하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 감사하는 생각, 봉사하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소망은 오랜 인내와 기다림의 꽃이요 그 꽃의 아름답고 풍요한 열매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빨갛게 핀 철쭉꽃이 없어도 좋다, 이운 풀포기 사이 사이에 보송보송한 쑥 이파리가 돋아날 때까지는 쑥국의 따끈하고 향긋한 감칠맛을 미루어 두어도 좋다.

반가운 매화가 구봉산 산기슭 서산재(曙山齋) 뜨락에 필 때까지 긴 겨우내 기다리며 참아도 좋다. 사람은 평생을 기다림 속에서 살다가 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자연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정겨움으로 이어지며 오순도순 오붓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봄을 위해서라면 이 겨울이, 이 정월이, 우리 사는 세상이, 암만 춥고 지루해도 내사 정녕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직 인고(忍苦)로 덤비지 않고 한없이 차분하게 봄은 분명 올 것이다. 억만 군졸의 뭉친 힘보다 더한 힘으로 조용하게 조용하게 함묵(含默)으로 봄은 어느 혁명의 모의와도 같이 그렇게 은밀히 오고 말 것이다.

질곡의 한 세기를 살아온 102세의 노(老) 철학교수가 진정 나라를 걱정하는 우리 사는 세상이 지금 아무리 암울하고 요란해도 임인년 새해 꽃피는 봄은 정녕 촌음도 지체하지 않고 개선장군처럼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금수강산 산허리에 연록의 새싹들이 가지마다 청청하고 새순들이 녹음 짙어 찬란한 그늘을 드리울 때 온갖 새들이 그 그늘에 와 저들만의 사랑노래를 합창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엄동설한이야말로 우리는 고즈넉히 자신을 돌아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꽃피는 봄날을 기다리는 오늘로 살아야 할 것이다.

오늘도 조용히 붉은 노을이 소리없이 스멀스멀 내리고 있다.

 

박노황 장로

<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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