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강단] “삼손묵상” <빌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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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유재석과 영화배우 이정재가 매우 막역한 사이는 것이 최근에 알려졌습니다. 함께 방위병 근무를 하면서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서 이정재 씨는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빚이 456억인 이정재와 부자코미디언 조세호(프로그램의 또 다른 진행자) 중에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그가 출연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1등이 받는 상금 456억 대신 빚이 456억인 이정재와 빚은 없는 부자 개그맨 중에 누가 되고 싶은가를 물은 것입니다. 이정재 씨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빚쟁이 이정재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정우성 씨에게도 비슷한 질문이 주어졌지만 그의 대답도 똑같았습니다. 빚이 많더라도 자기 자신으로 살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태도를 보면서 이정재, 정우성이니까 다시 영화나 드라마에 나가서 돈벌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런 마음으로 대답을 한 것은 아닙니다. 모두 지독하게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겪어보았던 사람들이라서 가난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자기 자신이고 싶다는 뜻입니다. 자기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대답은 늘 이와 같습니다. 지금 내가 얼마나 성공했는가보다는 얼마나 나 다운가에 더 집중합니다. 

‘나실인’에 관한 말씀을 묵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인물이 바로 삼손입니다. 삼손하면 두 가지 모습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긴 머리카락과 우람한 체구, 수려한 외모와 비상한 머리, 용맹함과 초인적인 힘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영웅의 모습과 다른 하나는 그 아름답던 머리카락을 다 밀리고 듬성듬성 겨우 자라나기 시작했으며, 두 눈까지 뽑혀버리고 고문까지 당해서 쇠약해져버린 포로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한 사람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런 몰골의 삼손을 불러내서 재롱을 부리게 하고 그 모습을 다시 조롱하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처절한 자리에서 삼손은 신앙적인 각성을 합니다. 물론 지금의 삼손은 예전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거기다 앞도 보지 못해서 소년에게 의지하여 이동하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손은 소년에게 요청하여 건물의 주축이 되는 기둥을 찾아 거기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삼손은 그대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사무엘상 16장 28절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이르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블레셋 사람에게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하고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기둥을 밀어 건물을 무너뜨립니다. 이 일로 그를 희롱하며 하나님을 만홀히 여기던 수많은 블레셋 사람이 몰살을 당했습니다. 

성경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삼손이 죽을 때 죽인 자가 살았을 때에 죽인자 보다 많았더라.’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나실인의 모습이 가장 제대로 구현된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진짜 삼손은 화려하고 용맹하고 강력하던 그 시절의 영웅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어 보이지만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소명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죄인이었던 것입니다. 삼손도 모든 것을 잃고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지하는 그 순간을 진정한 자아를 찾는 순간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바울에게 바리새인으로 살아가던 시절과 이후에 사도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랐던 시절을 비교하면 어느것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라 생각하겠습니까? 당연히 바울은 건강도 좋지 않고, 고난으로 더 쇠약해지고, 늘 핍박이 가득한 유랑전도인의 삶이 진정한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삶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바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이전보다 초라해 보이지만 그의 모습은 전혀 무능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도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이 말은 자신의 무능력을 철저하게 경험하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체험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진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에게 무엇이 진짜 내 모습이어야 하는지 말해 주어야 합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내가 해야 한다. 내가 잘 한다’의 늪에 빠져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하실 수 있다. 하나님이 하셔야 한다.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 진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어리석은듯 하나 지혜롭고, 약한듯 하나 강하고, 지는듯 하나 이기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나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은 두려움과 좌절의 순간이 아닙니다. 그 약함과 무능함을 통해 하나님의 강함을 얻고, 전능함의 혜택을 입을 수 있기에 그 순간은 바로 희망과 승리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집중했던 삼손의 모습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박식함과 교만함을 내려놓고 죄인됨의 고백을 통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역설적인 강인함을 바울에게 배우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그 안에서 여러분의 진짜 모습을 찾게 하실 것입니다. 

김진성 목사

<통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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