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선거는 한 시대가 바뀌는 시점에서 앞으로 5년간 국정운영을 담당해 가는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유권자는 훌륭한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 보다는 누가 상대적으로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를 선택해야 한다. 선거가 코앞인데도 찍을 사람이 없다는 부동층도 2강 1중 구도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바라던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대통령을 뽑는 경쟁이라기보다 가족문제를 포함한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 간의 대결이다.
특히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양대 정당은 상호 네거티브에 휘말려 치열한 복마전을 연상케 한다. 양당 후보는 구체적으로 공약집에 대한 설명이 더 설득력 있게 제공되어야 한다. 국정운영과 국민생활에 미래지향적 희망을 주는 정책을 제시하고 진정성과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 이번 대선에 네거티브가 유난히 극심한 것은, 현 정부가 조국 사태 때부터 진영 정치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4·15 총선에서의 여당 압승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의 여망 때문이었지 조국 사태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었다. 이를 착각한 여권은 오만과 독선에 빠졌고, 내로남불의 궤변에 능란해졌다.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네거티브 선거전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지고, 확증 편향적 탈(脫)진실의 편견이 판을 친다.
거대 여야의 두 유력 후보는 지역마다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특정 세대나 집단을 향한 표 구걸 행위가 선을 넘어섰다. 여야 두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 지원을 내세웠는데, 이는 550만 명의 종사자들을 의식한 것이다. 여야 후보가 퍼주기 공약을 노골적으로 경쟁하면서 구체적 재원 조달 계획은 없다. 무책임한 공약 남발과 무모한 재정 지출로 국가 파탄에 이른 사례는 수없이 많다. 국가 비전과 철학이 실종됐다. 오로지 이기고 보자는 선거에서 국민은 외로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인간 사회에서 얼굴만큼 신분 증명용으로 확실한 것은 없다. 얼굴은 개인의 역사이자 내면이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사상가 키케로가 말했듯이 “모든 것은 얼굴에 있다.” 옛날에는 초상화를 그렸고 오늘날에는 사진을 찍을 뿐이다. 더욱이 사람의 얼굴은 오감 가운데 네 개를 차지하는데다가 얼굴은 내가 남의 생각을 알아채고 상대가 내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자 본무대가 된다. 이목구비의 배열은 모든 인간이 비슷하지만 쌍둥이조차 똑같지는 않다. 대개 사람의 면면을 보면 지도자의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지지 않는 무소불위의 대통령이 아니라 권한과 함께 책임을 지는 대통령을 원한다. 나아가 경청과 소통, 선공후사와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여주는 대통령을 고대한다. 포퓰리즘과 진영논리에 흔들리는 유권자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직한 유권자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