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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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성들에게 정부 부처의 하나인 여성가족부는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아니겠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책임지는 국방부, 자녀들의 학교교육이 잘되게 감독하고 돕는 교육부, 국민의 경제생활이 제대로 돌아가며 배고픈 사람이 없도록 해주는 몇몇 경제부처들에 관하여는 날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활동상황에 남녀가 다같이 주의를 기울이는 반면 여성가족부에 대하여는 ‘나하고는 상관없겠지’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남성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여성가족부가 가진 정책 목표라든가 사업활동 대상의 상당부분이 여성들과 함께 살고 일하는 남성들인 점을 생각하면 요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에 대하여 남녀를 불문하고 진지한 의견을 갖는 것이 맞겠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서 여성가족부의 존폐문제가 제기된 계기는 연전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또 충남도지사 같은 이들의 성추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여성가족부의 지도자가 취한 애매한 태도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이었고 특히 그들이 물러난 자리를 메우는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을 때 무슨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학습할 기회라느니 하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여 사람들을 화나게 한 일이다. 장관이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면서 직설적으로 그들의 행위를 비난,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자인 여성들만 더욱 어려운 입장에 서게 하는 이해못할 언행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렇게 부적격한 사람이 장관으로 앉아서 가장 똑똑하게 나서야 할 일에 우물쭈물하는 부서가 뭣 때문에 필요한가 하는 소리가 높아졌고 급기야 야당 대통령후보는 그 부처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1975년에 유엔이 그해를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여권신장의 횃불을 높이 들자 여러 나라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여성부』를 정부에 설치하고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관습적, 제도적 차별의 철폐를 위해 노력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 민주화 개혁 이후 여성문제 담당 정무장관을 임명하고 이어서 여성특별위원회라는 기구를 운영하다가 2001년에 여성부가 만들어져 한명숙이 첫 여성부장관이 되고 오늘까지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으로 존속되었다. 하지만 여성 시민운동가, 교수 또는 법관 출신 여성정치인들에서 장관을 뽑아 고작 1년 내외 짧은 기간 자리에 두었다가 교체하는 일이 거듭되어 어느 사람도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고 그저 개인적인 이력에 그치고 만 것은 그대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 역할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여성부 같은 국가기관의 활동보다 몇배 중요한 것이 가정에서 양성평등의식을 확고히 기르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인이 예수를 믿어 기본적으로 체득하는 것이 인간평등사상이요 그 안에 당연히 남녀평등이 자리잡고 있어서 우리들의 교회는 다른 어떤 곳보다 성평등이 확실히 보장되고 있는 사회임을 감사한다. 남성우위의 전통사회 관습을 하나하나 극복하여 교역자나 평신도의 역할에 남녀구분은 사라졌고 차별이 아니라 성의 다름에 따른 책임구분만이 있을 뿐이다. 성소수자 문제가 교회안에도 그림자를 던질 수 있으나 사랑으로 포용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더라도 그 부서가 지향해 온 인권존중의 사업목표를 현존하는 다른 정부기구에서 떠맡아 잘 수행하면 좋겠다. 여성부가 존재하면서 혹 남녀 대결의 사회적 구도가 불필요하게 조장된 일면이 있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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