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봄꽃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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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의 계절이다. 그러나 벌써 5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벚꽃은 이미 화사한 자태를 뽐낸 지 오래고, 온 산과 정원을 수놓은 철쭉과 영산홍도 벌써 시들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은 4월이 5월보다 더 좋다고 한다. 4월에는 온갖 종류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고 우리 눈을 즐겁게 하지만, 5월이 되면 벌써 꽃들은 시들고 그 대신 녹색의 잎들이 온 산을 덮기 시작한다. 싱그러운 녹음이 우리 눈을 시원하게 하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각양각색의 현란한 꽃이 동산을 뒤덮는 4월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봄날은 빨리도 지나간다. 봄꽃은 유난히도 빨리 진다. 그리고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은 아름답지만 시들어가는 모습은 초라하고 슬프기까지 하다. 사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다 유한하다. 짧은 봄날이 아쉽기만 한 것은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꽃이 아름다운 것은 역설적으로 그 수명이 짧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철쭉이 일 년 내내 피어있다면 지금같이 아름답게 느껴질까? 벚꽃이 늘 화사하게 피어있다면 그 화려함은 반감될 것이다. 모든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그것이 다 유한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가치있는 것은 지극히 희소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발부리에 채는 돌만큼 흔하다면 희소가치는 없어질 것이고 영롱한 빛깔의 찬란함도 그 빛을 잃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인생에 마지막이 있고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슬퍼한다. 인생의 덧없음을 한탄한다. 그러나 인생이 유한하기 때문이야말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일시적인 것, 유한한 것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할 이유가 있다. 인생이 유한하므로 인격의 도야를 위해 노력할 가치가 있고, 우리가 부족하므로 우리의 노력이 더 빛나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죄성을 깨닫고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곧바로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노래한다. 깊은 좌절과 슬픔과 고통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소망의 환희와 기쁨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성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이 세상의 유한성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그 유한성이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마음은 하나님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는 평안할 수 없다는 유명한 고백도 이 유한성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한 것이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참된 인생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는지 또 하나님께서 왜 악을 허용하셨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꽃이 영원히 피어있다면 우리는 그 향기와 색깔과 자태의 외형만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꽃이 유한하고 그 향기와 자태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겉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창조세계의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지는 꽃을 그리워하고 짧은 봄날을 아쉬워하지만 바로 그렇게 유한하므로 꽃은 더욱 아름답고 봄날은 더욱 찬란함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의 짧음을 한탄하며 덧없음을 괴로워하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한 피안의 세계로 도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 유한하고 고통 많은 세상을 한탄하며 절망하지 않는다. 이 유한함을 뛰어넘는 영원한 하나님의 세계가 우리에게 늘 함께 할 터이니 우리는 이 세상의 유한성을 오히려 기뻐하고 감사하고 찬양할 것이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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