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 책을 친구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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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3월 첫 학기, 첫 시간에 희랍철학을 가르치는 조요한 교수님께서 첫 강의시간에 칠판에 수십 권의 참고서적을 써놓고 이 중에서 한 권의 책과 깊고도 절친한 친구가 된다면 지식과 감정과 삶의 지혜를 얻고 폭넓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지혜로운 그 교수님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몽떼르랑은 “이 생애에서 몇 번씩 되풀이하며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갖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특히 여러 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지극히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교수님이 첫 강의에 강조한 말과 몽떼르랑의 말에 나는 크게 매력을 느꼈다.

이 말은 단순하지만 깊이 생각해야 할 중요한 뜻을 지닌 말이다. 한평생 살면서 좋아하고 즐기는 책 한두 권은 있어야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전쟁에 나갈 때 반드시 파스칼의 『팡세』 한 권과 기독교인은 성경을 지참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괴테의 『파우스트』가 너무 좋아서 밤낮으로 들고 다니며 읽고 또 읽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내 품안에 두고 읽고 또 읽는 좌우서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늘 마음에 새겨야 하는 좌우명이 필요한 것처럼 ‘좌우서’가 필요하다. 어떤 때는 스승처럼 지혜롭고, 어떤 때는 친구처럼 정답과, 어떤 때는 어머니처럼 그립고, 어떤 때는 애인처럼 소중한 애독서를 가져야 한다.

사람의 사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친구지간의 우정, 젊은 남녀 간의 사랑, 형제자매지간의 동기애, 부부의 사랑, 사제지간의 사랑, 이웃과 동포에 대한 사랑, 또 하나님에 대한 사랑, 그 어느 사랑인들 아름답지 않으랴마는 어머니의 사랑은 가장 으뜸가는 사랑이다.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책을 가진 자는 사랑이 주는 힘이 내면에 가득할 것이다.

청교도 신학자이며 대설교가인 찰스 스펄전은 매년 『천로역정』을 읽었다. 그에게 한 권의 책은 청교도 작가이며 목사인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었다. 그는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성경 속의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스펄전은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성경이 그 속에 가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를 건드리면 성경이 외쳐지고, 그를 찌르면 성경이 흐르게 되었다. 한 권의 애독서를 갖지 못하는 삶은 정신이 사막처럼 삭막한 사람이고 마음이 박토처럼 황폐한 사람이다.

성경은 우리 인간이 영혼의 구원을 이루는 지혜의 책이다. 그래서 성경은 성경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또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 성경은 능히 너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5-17). 예수님도 친히 성경에 대하여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요 5:39)고 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성직자로서 독자들에게 아침저녁으로 몇 줄이라도 성경을 읽고 뉴스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라고 권하고 싶다. 즉, 영성과 지성의 균형을 잘 이루라는 말이다. 칼 바르트가 말한 대로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지성과 덕성과 야성을 길러 영성뿐만 아니라 지성의 고갈됨 없이 풍성한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감리교를 창설한 존 웨슬리는 ‘한 권의 책으로 족한 사람’(homo unius libri)이라고 불렸다. 그가 수많은 다른 책에서 얻은 통찰력으로 성경의 진리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세계사의 대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당대의 가장 걸출한 과학자였다. 

그는 수많은 과학적 발견을 통해 인류 과학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어떤 과학보다 우위에 두었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과학적 이론들을 통해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기를 기대했다. 경건한 청교도들이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고 지금도 영적 물줄기를 흘려보내는 것은 한 권의 책 성경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청교도들은 한 권의 책만 읽는다. 그 책은 성경이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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