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유목민 목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목민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몽골학교와 몽골문화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몽골선교의 현장을 만들어가면서 몽골이라는 유목제국과 칭기즈칸이라는 탁월한 지도자에 대하여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더 깊이 깨닫게 된 것은 우리가 유목민에 대해 그동안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이제라도 유목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특별히 선교를 사명으로 삼는 한국교회는 유목민의 역사와 유목제국이 기독교 역사에 끼친 영향 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기원전 6세기에 출현한 스키타이 유목민으로부터 기원후 6세기까지 몽골 유라시아 대초원의 주인으로 살아온 흉노와 돌궐 유목제국의 흥망성쇠는 내게 가장 흥미로운 분야다. 특히 흉노와 돌궐족의 후예들이 서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키는 단초가 되었다는 사실은 유목민이 기독교역사에 얼마나 큰 흔적을 남겼는지를 알게 한다.
그 후 초원의 주인은 몽골제국이었다. 몽골제국의 종교정책을 통해 그 시대에 동서양의 선교 교류가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네스토리안 기독교인들이 몽골제국의 깊숙한 곳까지 광범위하게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은 초원의 기독교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방증한다.
몽골제국 이후 근세의 유목제국은 중국의 청나라, 인도의 티무르 무굴제국, 그리고 지금의 터키인 아나톨리아반도의 오스만투르크라는 이슬람제국의 거대한 흔적을 남겼다.
그 유목제국들이 오늘의 인류사에 끼친 영향과 교회사에 주고받은 족적은 반드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주제다. 나아가 우리 한반도 한민족 공동체의 과거와 미래를 어디서부터 어디로 가야할지를 가르쳐 주는 단서도 그곳에 있다.
나는 나섬의 사역과 비전을 ‘동해에서 지중해까지!’라고 했다. 그것은 투르크-몽골 선교벨트의 길을 만드는 것이며 소위 ‘역(逆)실크로드 선교’라고도 한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정신을 이루는 것이 이 시대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는 길이라 여기며 한민족공동체의 회복과 평화, 나아가 통일이라는 사명을 이루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나는 유목민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나섬의 존재이유와 방향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섬은 노마드 유목민의 영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성을 쌓는 공동체가 아니라 길을 만드는 공동체가 노마드 유목민의 영성이며 그것은 내가 성서에서 그리고 유목민의 역사 속에서 발견한 영성이다.
유목민의 역사와 영성을 배우면서 나는 나섬의 미래와 가야할 방향을 찾았다. 길을 찾아가는 유목민처럼 나섬도 길을 찾는 공동체인 것이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