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헙법 제8장 제52조에 보면 권사의 직무가 나온다. ‘권사는 교회의 택함을 받고 제직회의 회원이 되며 교역자를 도와 궁핍한 자와 환난 당한 교우를 심방하고 위로하며 교회에 덕을 세우기 위해 힘쓴다’이다. 각 교회의 권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소중한 일은 목회자를 돕는 일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 심방을 돕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심방을 돕는 권사들을 가리켜 ‘심방권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여장로를 세우다 보니 심방권사 가운데서 장로로 임직하는 분들이 나오게 되었다. 여장로들이 함께 심방에 참여하니 목회자들은 더욱더 힘이 난다.
문제는 심방권사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장로도 있으니 심방권사, 심방장로라고 구분해서 부르기도 번거롭다. 목회자를 도와 심방에 참여하는 권사들과 여장로를 함께 부를 수 있는 좋은 이름이 없을까 생각하다 만들어진 이름이 바로 ‘목회도우미’다. 목회자를 돕는 권사, 여장로를 ‘목회도우미’로 부르기로 당회에서 결의하고 발표했다.
어느 날 목회도우미 중 한 분이 저를 찾아와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면서 ‘목회도우미’라는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나는 그 이름이 참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름을 바꿔 달라고 하니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유인즉 목회도우미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노래방도우미, 가사도우미 같은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럴 듯도 하다. 그래서 좋은 이름을 자신들에게 지어 보라고 할까도 생각했다. 얼마 전, 주일마다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성도들이 ‘식당봉사부원’이라는 이름을 바꿔 달라고 해서 ‘만나섬김이’로 바꾼 적도 있다. 그래서 목회도우미도 바꿔 달란다. 이름을 바꾸는 것이야 사실 별거 아니다. 좀 더 아름답고 품위 있는 이름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목회도우미라는 이름이 잘못 지어진 것도 아니다. 이름 그대로 목회자들을 도와 성도들을 심방하고 위로하는 일이다.
마태복음 20장에 보면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는 말씀과 함께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이니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목회도우미 보다 더 좋은 이름이 있을까를 생각하는데 자꾸 요한복음 13장의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교훈이 생각난다.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사순절 기간에 목회도우미라는 이름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니 참 감사하다.
목회도우미 이름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신 분이 늦은 밤 전화가 왔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바꿀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노래방도우미, 가사도우미 생각할 필요가 없이 목회도우미 그 이름이 좋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그런 생각을 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내가 고민하는 동안 성령께서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 것으로 알고 감사했다. 오늘도 목회도우미들 때문에 괜히 힘이 난다.
정민량 목사
<대전성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