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35
성경에 사람이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고 허물도 많다고 하였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침묵의 덕은 그 사람의 신앙과 지성과 인격의 향기를 나타낸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빼앗아서 압제하고 많은 기독교인과 성직자들을 고문하고 죽였다. 그중에서도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존경하는 순교자 한 분이 계시는데, 그분의 신앙 인격을 본받았으면 한다. 이미 고인이 되신 박창환 교수님의 부친이신 박경구 목사님이시다.
그는 평안도와 황해도를 오가며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하루빨리 대한민국이 해방되기를 기도했다. 일본 경찰은 그를 붙잡아 몇 차례 감옥에 가두고는 추운 겨울에 찬물을 끼얹기도 하고 굶기기도 했다. 그가 가장 힘들어할 때, 절망 앞에 있을 때, 경찰은 “네가 이래도 예수의 복음을 전하고 대한 독립을 원하느냐?”라고 물었다. 박 목사님은 일본 경찰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침묵의 기도를 드렸다. 마지막에는 운동장에 죄수들을 세워 두고 이마의 가죽을 벗기는 고문을 하였지만, 박 목사님은 고통 가운데에서도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은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라고 찬송하며, 결국은 스데반처럼 저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며 순교했다. 이를 본 일본 경찰은 양심에 찔림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날 유대인들이 간음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데리고 예수님께 와서 물었다. “율법에는 이런 죄를 지은 사람은 돌로 치라고 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수님은 조용히 침묵하시며 땅에 글을 쓰고 “누구든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본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각각 돌아갔다. 침묵은 금이다.
칼라일은 영국 사람으로 구두 제조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사상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침묵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위대한 창조의 역사는 침묵에서 나온다. 뉴턴, 에디슨, 라이트 형제 등은 모두가 세상에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끝없는 침묵 속에서 위대한 것들을 발명해서 세상을 멋지게 만들었다.
오늘 이 시대는 침묵이 상실되고 결여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권태와 피곤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문, TV, 방송 모두 여야의 전쟁터와 같이 느껴진다. 서로 비난하고, 욕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끌어내는 이 시대의 정치인들이 칼라일의 철학을 배웠으면 한다. 사람은 생활하면서 침묵을 통해 반성해야 잘못을 회개하게 되고, 회개를 통해서 하나님과 나와의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예수님께서도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막 1:35)라는 말씀처럼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기도하셨다. 다윗 왕도 그의 삶에서 실수를 돌아보면서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의 많은 긍휼을 따라 내 죄악을 지워 주소서 나의 죄악을 말갛게 씻으시며 나의 죄를 깨끗이 제하소서”(시 51:1-2)라고 고백하였다.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맑게 하고 평화롭게 하고 공정하게 하고 깊게 하려면, 따뜻하고 성스럽고 선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 반드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무가 우거진 깊은 산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가에서, 파도가 치는 넓은 바다를 보면서,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널 때, 깊이 침묵할 때 선하고 아름다운 생각이 솟아나고 떠오른다. 침묵 속에서 맑고 깊은 사상과 철학이 나온다. 고대 헬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은 아름다운 침묵 속에서 넓고 깊은 철학의 진리를 만들어냈다. 그러므로 사람은 살아가면서 조용한 강가와 바닷가를 걷고, 깊은 산 속을 걷고, 푸른 잔디에 앉아서 높은 하늘을 보면서 혼자서 별을 바라보는 시간이 절대로 필요하다.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솜씨를 바라보며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하네” 하고 찬송할 때 인생은 빈틈없는 침묵 속에서 알찬 삶과 영성으로 가득 채워지게 된다. 침묵의 시간은 인간에게 가장 유익하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축복의 시간이다.
간디는 매 월요일을 ‘침묵의 날’로 정하고 가급적 아무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 깊은 묵상과 조용한 사색에 잠겼다. 스스로를 살피고 남을 살폈다. 그의 위대한 사상과 인격은 이러한 침묵 속에서 향상되었다. 옛날 피타고라스는 자기 제자에게 3년간의 침묵을 명했다. 침묵은 인생의 위대한 것을 생산하는 귀중한 요소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침묵을 본받아 하나님과의 교제를 통해서 신비한 축복과 은총이 침묵 속에서 이루어졌으면 한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