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본 후쿠야마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처리수의 방류를 앞두고 IAEA가 심층조사해서 인체에 무방하다고 발표했다. IAEA(국제원자력위원회)는 핵개발 의혹만 조사하는 기구가 아니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원자력 발전의 이용, 방사선의 이용, 방사선의 의학적 이용, 방사선을 이용하는 암치료, 방사선의 농학 및 식품보존에 관한 이용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전문성을 갖춘 국제적 기구로서 정치적 단체가 아니다.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과학적 전문성 기구이다. 그런데도 이제 바닷물로 만든 천일염에 삼중수소가 들어가 오염되면 인체에 해롭다고 괴담을 퍼뜨려 갑자기 전국에서 천일염 사재기 소동이 일어나 염전이 바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소금을 생각하다가(마 5:13, 레 2:13) “소금”에 들어있는 ‘금’자를 확장해 보려고 한다. 소금, 지금, 황금, 송금, 임금 등 ‘금’자돌림이 참 많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금은 ‘소금’이고 가장 중요한 금은 ‘지금’이며, 가장 짧은 금은 ‘방금’이다. 이 세상에서 띄엄띄엄 찾아오는 금은 ‘이따금’이고, 뚱딴지 같은 금은 ‘뜬금’이며, 뜨거운 금은 ‘불금’이다. 가장 치사한 금은 ‘야금야금’이고, 가장 가벼운 금은 ‘힐금’이며, 가장 값싼 금은 ‘사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금은 ‘조금’이고, 가장 큰 금은 ‘거금(巨金)’이며, 가장 힘센 금은 ‘합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금은 ‘심금’이고, 가장 순수한 금은 ‘순금’이며, 가장 싸게 팔리는 금은 ‘도매금’이다. 이 세상에서 좋지 않은 금은 ‘앙금’이고, 즐거운 금은 ‘해금’이며, 깊은 금은 ‘구금’이다. 갖고 싶지 않은 금은 ‘감금’이고, 축적하고 싶은 금은 ‘저금’이며, 가장 든든한 금은 ‘자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싫은 금은 ‘세금’이고, 꼭 모아야 할 금은 ‘기금’이며, 잊지 말아야 할 금은 ‘수금’이다. 이 세상에서 힘써 모아야 할 금은 ‘모금’이고, 보내야 할 금은 ‘송금’이며, 받아야 할 금은 ‘입금’이다. 이 세상에서 잊고 싶은 금은 ‘대금’이고, 정성들여 모아야 할 금은 ‘성금’이며, 까먹지 말아야 할 금은 ‘원금’이다. 꼭 들어 놓아야 할 금은 ‘연금’이고, 받고 싶은 금은 ‘상금’이며, 절대 손대면 안되는 금은 ‘공금’이다. 슬픔과 함께 드려야 할 금은 ‘조의금/부의금’이고, 무서운 금은 ‘주금(죽음)’이며, 가장 높은 금은 ‘임금’이다.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금은 ‘대금’이고, 바람으로 소리를 내는 금은 ‘풍금’이며, 떠날 때 전하는 금은 ‘전별금’이다. 이 세상에서 강하게 만드는 금은 ‘도금’이고, 오래된 것은 ‘고금’이며, 아픈 금은 ‘오금’이다. 이 세상에서 야한 화면은 ‘19금’이고, 없애고 싶었던 것은 ‘통금’이며,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은 ‘예비금’이다. 우리를 든든하게 하는 것은 ‘비상금’이며, 꿈꾸는 것은 ‘일확천금’이다. 심심풀이로 말놀이를 해본 것이다. 또한 국어시간에 어휘력을 넓히기 위한 언어게임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릴 때 이런 말놀이를 했다. “배(船)를 타고 배(梨)를 먹으니 배(腹)가 두 배(倍)나 더 아프다”, “눈(目)에 눈(雪)이 들어가니 눈물이냐? 눈물이냐?”같은 예이다. 김삿갓의 시 중에 눈(雪) 자가 들어가지 않고 설경(雪景)을 설명한 시가 있다. “狗走梅花落, 鷄行竹葉成”(개가 달려가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닭이 지나가니 대나무 잎이 생기는 구나) 눈이 쌓인 마당에 개가 달려가니 그 발자국이 꼭 매화꽃 모양이고, 닭의 발자국은 댓잎같은 모양을 노래한 것이다. 고금동서를 통해 시를 짓고 글을 쓰는 일은 이렇게 두뇌의 창작활동에 의해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재미없는 의미’나 ‘의미없는 재미’는 모두 불완전하다. 예를 들어 예배 때 설교(의미)도 듣는 이가 먼저 재미를 느껴야 전달되는 것이다. 강연자의 다짐도 있다. 가급적 유익한 강의를 하자. 그게 안되면 재미있게라도 하자. 그도 저도 아니면 짧게라도 하자. 설교와 강연을 들을 때 절실히 느끼는 얘기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