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가을이기에 느껴지는 감상

Google+ LinkedIn Katalk +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는데 금년 여름엔 엄청나게 덥고 길어서 ‘가을이 오기는 오는건가?’라고 여길 때에, 추석이 지나면서 그래도 계절의 변화가 있어 늦게나마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그런 중에 불현듯 아주 옛날 6·25동란 때 피난 갔던 부산의 교회에서 배웠던 ‘가을’이라는 노래가 계속해서 입가를 맴돌았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가을이라 가을바람 다시 불어오니 밭에 익은 곡식들은 금빛 같구나 추운 겨울 지날 적에 우리 먹이려고 하나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

연희전문을 졸업한 백남석이 작사하고 현재명이 곡을 붙여 1931년에 곡을 만들었고 1936년에 현재명이 어린이 찬송가를 만들면서 여기에 포함시켰던 이 노래는 광복 후에 2절에 있는 하나님을 대자연으로 바꾸어 초등학교 음악책에 수록되어, 내가 그 시절에 처음으로 배웠던 가을에 관한 노래였다. 그 노래를 70년이 흐른 지금에 불현듯 되새겨 불러보니 감회가 새로워졌다.

우리는 흔히 4계절을 우리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 하기를 즐겨한다. 봄은 마치 인생에서의 유년기로 여겨 겨울에 모두 움츠렸던 만물이 새롭게 소생하는 느낌을 가졌다면 여름에는 모든 곡식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장년의 힘을 보았고 가을에는 오곡이 풍성하게 익어 추수하는 것이 예로부터 내려오는 자연의 이치라고 여겼다. 그러면서 쓸쓸하고 무기력할 수 있는 인생의 겨울을 예비하는 계절이 가을이라고 가르쳤다. 

이런 가을을 보내면서 우리는 예전의 봄날을 상상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기도 또한 폭풍같이 인생을 헤쳐왔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면서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스스로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육체적으로 연약해지고 정신적으로도 나약해지는 현실에서 여러 가지 병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닥쳐오는 인생의 겨울에 대비할 각오를 진작 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위축될 필요는 없으니, 육신의 허약함을 보완하면서 정신적인 평안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즐거움과 만족함을 느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제대로 된 일을 찾아 나설 수 있기를 소원할 뿐이다. 결코 낙망하지 말고 언제나 감사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에게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 속에 충실하고 알찬  매일을 보낼 수 있게 이 귀한 가을에 생활해야 할 것이다. 

‘낙엽이 떨어지기에 바람이 부나 했더니 세월이 흘러 버렸네. 차창 바람이 시원하여 이젠 가을인가 했더니 그리움이 밀려오네. 그래, 그리움을 안았더니 한갓 허깨비에 눈물만 흘렸더라. 세월을 안고서 그리움의 눈물을 흘렸더니, 아! 이것이 진정 옛날의 추억이더라’   

이젠 걸핏하면 지나간 옛날을 더듬는 버릇이 생겼다. 옛날을 추억하면서 오늘을 다듬어보고 내일을 설계해 보노라면 이것이 인생의 황혼이라고 느끼면서도 그런 세월 속에 살아가는 현재를 직시하면서 ‘아! 이제는 정말 인생의 가을이구나’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귀중하게 여겨 노인에게 가르침을 받으려는 아름다운 전통은 사라지는 현대에서, 자신을 낮추고 모범적인 자세로 타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의 가치를 발견함이 이 가을에 느껴지는 감상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