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의 여섯 번째 계명은 “살인하지 말라”입니다. 이 계명에는 아무런 부연 설명이 없습니다. 짧고 간결합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서에 보면 사람을 죽이라고 명하신 부분들이 나옵니다. 율법을 어긴 사람들을 죽이라고 명하시고, 이방나라를 응징할 때 진멸하라고 명하신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이 계명은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사회윤리적인 문제들도 이 계명과 연관된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형제도 문제, 낙태 문제, 그리고 안락사 문제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도 다 사람의 생명과 연관된 문제이기에 이 계명을 문자적으로 해석할 때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 계명에 사용된 ‘죽이다’라는 말의 히브리어는 ‘라차흐’입니다. ‘라차흐’는 고의든 과실이든 물리적으로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말하는데 바로 이것을 하지 말라고 금하였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을 해할 때 사용하는 단어로서 이들을 박해하는 일을 멈추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에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함부로 해하여서는 안 됩니다. 성서는 모든 인간이 왕같이 존귀한 존재라고 말씀합니다. 권력이 있든 없든, 돈이 많든 적든, 많이 배웠든 배우지 못했든 관계없습니다. 처음부터 하나님께서 모두 다 똑같이 존귀한 존재로 창조하셨다고 말씀합니다.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은 존귀한 존재를 존귀하지 못한 존재로 취급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은 이웃을 존귀하게 여기라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살인행위도 금하시지만 살인동기 역시 금하십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는 마음, 누군가가 죽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이런 마음도 금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타인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 이것이 바로 이 계명의 적극적인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기 위해 지켜야 할 계명을 두 가지로 요약해 주셨습니다. 하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이웃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살인으로 이웃의 생명을 해하거나 고통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씀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이 디아코니아의 삶입니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뜻을 기억하여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