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겸손의 아이콘, 이대준 장로님

Google+ LinkedIn Katalk +

어느 지방교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교회의 출입문이 너무 오래 되어 문짝 하나가 고장이 났습니다. 주일이 다가오기에 목사님은 급히 목수에게 연락하였고, 그 목수는 재빨리 나서서 열심히 일하여 완벽하게 고쳐놨습니다. 목사님은 너무 감사해서 가죽지갑을 선물로 주며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교회 창립기념일에 만든 것입니다. 약소하지만 감사의 뜻으로 드리니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목수는 화를 버럭 냈습니다.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러시는 겁니까? 이까짓 지갑이나 받으려고 바쁜데도 달려와서 문짝을 고친 줄 압니까? 이래 뵈도 저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알아주는 고급 인력입니다.” 목사님은 당황하며, “그럼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 목수는 “아무리 못해도 10만 원은 주셔야죠. 그래도 교회 일이라 싸게 해드린 겁니다.” 목사님은 “네, 그렇게 하시지요.” 목사님은 선물로 주려던 그 지갑 안에 들어 있던 30만원 중 그 목수가 요구한 10만 원만 꺼내서 건네주었습니다.

주는 대로 받았다면 고급 지갑과 30만 원까지 받았을 텐데, “내가 누군데?” “내 품값이 시간당 얼마인데?” 교만과 욕심과 자존심을 내세우다 그 목수는 돈은 돈대로, 체면은 체면대로 깎이고 말았습니다. 성서의 말씀이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 16:18).”

문 장로가 젊은 시절, 잠시 영어교사로 일하던 서울의 「정의여고」에서 교장선생님으로 모시던 이대준(李大駿, 1934~2012) 장로님이 생각납니다. 이 장로님은 「수유제일교회」의 시무장로님인데 훗날 미아동의 상가건물을 새로 구입, 그곳에 교회를 신축하여 개명(改名)한 「강북제일교회」를 섬기셨던 어른입니다. 이 어른은 ‘겸손의 아이콘이요, 대명사’라 할 만큼 겸양(謙讓)의 미덕을 갖추신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 어른이 학교운동장에서 교사(校舍)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20년 정도 연하인 조(趙) 某 목사가 계단 아래쪽에서 “이 장로님, 평안하셨습니까?” 인사하는 말을 듣고 아래쪽을 뒤돌아보던 이 장로님은 여남은 계단이나 아래에 있는 조 목사를 향해 서둘러 내려가 같은 층계에 나란히 서서 그의 손을 잡고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평지도 아니고 가파른 계단이었으므로 보통의 경우, 황급히 내려갈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5~6초 정도 기다렸다가 젊은 목사가 올라온 다음에 손을 잡을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당시의 그 젊은 趙 목사는 문 장로가 신일고등학교에서 가르친 제자였습니다. 

다시 이대준 장로님의 또 다른 일화입니다. 당시 이 장로님은 서울 수유리 「강북제일교회」선임 장로님이었는데 그 교회 담임 목사는 문 장로와 신일고등학교에서 동료교사로 일하던 윤덕수(尹德守, 1941~2005) 목사였습니다. 윤 목사가 미국에 집회를 인도하러 갔다가 뜻밖에 뇌출혈로 쓰러져 와병(臥病) 중이었습니다. 

윤 목사가 강단에 서지 못하는 상태에서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평양노회 지역시찰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시찰회의 한 분 목사님이 담임목사가 장기간 와병중인 것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이대준 장로님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목사님이 장기간 편찮으시면 후임 목사님을 모시는 문제를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에 이 장로님은 얼굴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목사님들은 목사님 교회 일들이나 잘들 하세요.”하는 매우 언짢은 표정과 퉁명스런 음성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평소 절대로 언짢은 표정을 짓는 일이 없는 지극히 온순한 성품의 장로님이어서 동석했던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은 매우 당황하였습니다. 

지역시찰회 현장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문 장로는 그가 선임 장로로서 담임목사를 그토록 강하게 방어하면서 보호하려는 모습이 실로 감동이었습니다. 문 장로가 10년간 신일고등학교에서 일하다가 도미 유학을 준비 중, 이대준 장로님의 부름을 받아 몇 년간 지근(至近) 거리에서 그 어른을 모신 경험은 젊은 문 장로에게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구나!”하는 고백이 저절로 나옵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