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전도서 3:1~3)
자의든 타의든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신약물치료는 ‘정신약물이 뇌를 썩게 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소화제처럼 한번만 먹어도 좋아지듯이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등 중증의 정신질환은 결코 단방에 치료될 수는 없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증상이 완화되어도 일정기간 유지치료를 꼭 해야 한다. 우리는 여름 장마에 물난리를 자주 경험한다. 제방을 낮게 쌓아 놓으면 적은 양의 장마에도 넘쳐 늘 걱정이다. 그러나 제방을 처음보다 아주 높게 쌓아 두면 천재지변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면 장마가 와도 ‘넘치지 않을거야’ 걱정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장마는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스트레스에 해당하고, 물난리나 홍수는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등의 정신질환의 증상에 비유된다. 제방은 그것을 치료하는 정신약물에 비유된다. 높은 제방이 장마로 인한 홍수를 예방할 수 있듯이 정신약물의 적절한 용량이 우울증 등 중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제일 중요한 치료원칙은 ‘충분한 용량을 충분한 기간동안’ 약물치료를 해야 함을 꼭 명심해야 한다.
성경에서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 3:1)’라고 하시고,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 3:11),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창조물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며 영원하지 않다. 기쁠 때가 있고 슬플 때도 있지만 인내하며 특별히 병적으로 심할 때에는 정신건강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이 치료 역시 적절한 치료의 때가 있어 치료할 타이밍을 놓치면 안되고 환자 스스로 임의적으로 정신약물치료를 중단하거나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의학적으로 약물 순응도가 불량하다고 말한다(poor drug compliances). 예를 들어 배가 고프다고 하여 밥을 차려 주었는데 먹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꾸 배고프다고 졸라대면 어찌할 것인가? 우울하고 불안하다고 잠을 못 잔다고 하여 치료약물을 처방해 주었는데 복용하지 않거나 임의로 약을 몇 개만 골라서 복용하기도 하면서 힘들다고 호소한다면 어찌하겠는가? 진료실에서 너무도 자주 접하는 사례이다. 모든 일에 때가 있듯이 치료의 때와 타이밍이 중요하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