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6주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루터는 “도둑질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기술이다. 만일 세상의 모든 도둑이 처형대에 달린다면 세상은 곧 텅 빌 것이고 처형을 집행할 사람조차 모자라게 될 것이다” 고 말했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지만 루터 눈엔 세상에 도둑 아닌 사람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루터는 도둑질을 ‘부당한 방법으로 남의 것을 취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깔뱅은 도둑질에 대해 직접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이웃에게 정당하게 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을 계기로 그들의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질서를 잃어버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법천지를 막기 위한 법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십계명’을 주셨는데 모든 계명은 명령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도둑질하지 말라”고 명령한 제8계명은 ‘남의 소유를 인정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남의 소유를 인정하라’는 말은 곧, ‘남의 소유를 인정하면 나의 소유도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둑질을 용납하는 사회는 없습니다. 지구촌 어느 나라이건 도둑질은 사회적인 범죄로 규정합니다. 이슬람을 믿는 아랍권에서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 사람의 손을 잘라 버리는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기도 합니다. 구약성경은 도둑질한 사람에게, 물건일 경우에는 배상법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사람을 도둑질 할 경우에는 그 형벌이 가혹했습니다.
루터가 말한 도둑질에 대한 해석은, 부당하게 소득을 얻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창조질서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일하심으로 모든 창조가 이루어진 것을 뜻합니다. 인간은 원래 일하는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에덴동산은 인간의 ‘놀이터’가 아니라 최초의 ‘일터’였습니다. 도둑질은 이러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땀을 흘리지 않고 소득을 얻는 모든 행위는 도둑질, 즉 죄로 본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 시험 시 부정행위, 세금포탈, 부정축재, 뇌물수수, 매점매석, 불공정 거래 등 개인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모든 행위는 죄에 해당합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인은 우리가 가진 재물과 소유물이 우리의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루터는 95개 조항 가운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청지기 정신을 담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이것이 도둑질 하지 말라는 말 속에 담긴 디아코니아 정신입니다. 남의 소유를 인정하고 내가 가진 것으로 약자들을 돌봄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살아가기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