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 초등학교 시절에 들었던 동화는 교육적인 것이 많았기에 ‘이솝우화’가 꽤나 많이 등장했다. 그중에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 들었던 동화중에 ‘토끼와 거북이’는 단연 압권이었다. 교만한 토끼가 행동이 굼뜬 거북이를 멸시하며 달리기 경주를 제안했다. 누가 보더라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경주였지만. 이에 응한 거북은 토끼와의 경주에 나선다. 물론 경주 초반에는 절대로 상대가 될 수 없는 토끼에게 뒤진 거북이가 꿈틀거리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멸시를 받았지만 거북은 꾸준하게 자기의 몸을 움직여 결승전으로 향했다. 우리가 알 듯 너무 앞섰던 토끼는 경주 중에 교만해지면서 잠을 잤고 그 사이에도 거북은 꾸준하게 결승점으로 향했으며 잠에서 깨어난 토끼가 결승점에 다다른 거북을 발견하고 황망하게 달렸으나, 경주는 거북의 승리로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교만하거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곁들인 동화로 인식되었으나, 사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내용 전개로 그대로 납득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다만 여기에서 파생된 ‘천천히 그러나 꾸준함이 경주에서 이긴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라는 훌륭한 속담을 배웠고, 이를 영어로 외우고 기억함으로 인생의 지침으로 삼았음을 고맙게 생각할 뿐이다. 그러면서 경주에서는 쉬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달려야 하는데 자신의 실력만 헛되게 믿고 상대방을 우습게 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가는 커다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교훈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지난 9월 10-25일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렸던 19회 2022년 아시안게임(실제로는 작년인 2022년에 열려야 했기에 대회명칭이 2022년으로 명명)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3,000m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정철원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허리를 펴면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순간에 바로 뒤를 바짝 따라붙었던 대만의 황위린 선수가 왼발을 한 발짝 밀어 넣는 바람에 불과 0.01초 차이로 아쉽게도 금메달을 놓치게 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 대만 선수는 ‘당신이 세리머니 하고 있을 때, 나는 최후까지 달렸다’고 의기양양한 소감을 남겼다. 그러나 그랬던 대만의 황위린 선수도 불과 열흘만에 자신의 조국 대만에서 열렸던 전국체전 남자 1,000m경기에서 결승전 통과 직전 양 주먹을 쥐는 세리머니를 했고, 그사이 뒤따라오던 자오쯔정(28)이 왼발을 내밀어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 하찮아 보이는 실수로 메달획득에 실패함으로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군면제’라는 특혜도 또한 앞으로 부여되는 많은 혜택과 경제적인 도움이 물거품이 되었을 뿐더러 그들은 앞으로도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반면 아시안게임에서 실수로 금메달을 잃어버릴 때에 득의양양해서 우리 선수들에게 일갈했던 대만 선수가 겨우 열흘 뒤에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을 보면 초심을 잃지 않고 의지를 지켜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 줄 잘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라 여겨진다.
지나간 세월을 회상해 보면 장로로 안수받은 때가 1986년이니 벌써 37년이 지났고 이제 은퇴한 지도 어언 10년이 되었다. 그러면서 장로로 취임하면서 받았던 감격과 각오를 얼마나 잘 지켰나를 돌아보면 진정으로 부끄러우면서 초심을 지키지 못하였음이 정말로 아쉬울 뿐이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