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한국교회] 파키스탄, 지나친 결혼 부담‧근친 간의 결혼

Google+ LinkedIn Katalk +

‘깔’‧‘인샬라’ 문화에서 소외된 여성

파키스탄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이 즐기는 ‘Tea Break’를 배워 오후에 ‘짜에’를 즐겨 마신다. 차에 우유를 가득 붓고 설탕을 많이 넣어 하루에 몇 잔씩 마신다. 여가를 위한 장소와 오락 시설이 별로 없는 파키스탄 사회에서 짜에를 마시며 이런저런 한담을 나누는 것은 큰 기쁨이다. 스포츠는 영국인에게 배운 크리켓과 하키를 가장 즐겨 한다. 동네 골목마다 크리켓을 즐기는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사람들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한마디로 ‘깔’(내일)과 ‘인 샬라’(알라의 뜻대로)이다. 무슨 일이든지 미루기를 좋아하고 정해진 시간 계획 없이 산다. 그들은 항상 ‘깔’이라는 말로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쉽게 미뤄 버린다. 관공서에 가보면 ‘깔’이라고 말하지만, 오지 않는 내일이다. 아울러 장래에 관한 일은 항상 ‘인샬라’이다. 무슨 일이든지 알라의 뜻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서구인들에겐 당혹스럽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인샬라의 삶을 희구하고 있기 때문에 일이 되지 않아도 낙담하는 일은 별로 없다.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손님 접대와 함께 가장 큰 관심거리는 결혼이다. 회교 전통의 영향으로 남녀를 엄격히 구별하는 파키스탄 사회에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지나칠 정도로 많지만, 이성을 사귈 기회는 거의 없다.

요즘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연애 결혼 선호 사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인도에 근접한 개방적인 대도시 라호르 지역의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부모들에 의해 결혼 상대자를 결정한다. 집안 바깥으로 재산이 빠져나가는 것을 꺼려하는 파키스탄 사람들은 자연히 친척 간 결혼이 흔한 편이며 외사촌끼리 결혼도 많은 편이다. 이런 근친간의 결혼이 파키스탄 사회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결혼 전일에는 신부 손바닥에 축복을 기원하는 온갖 글과 그림인 ‘메헨디’를 그려 넣는다. 무슬림은 결혼 서약 때에 상대방과 대면하지 않는다. 하지만 크리스천들의 경우에 결혼 당일 신부 집에 오는 신랑의 얼굴 베일을 신부 어머니가 거두고, 신랑이 하객들이 모여 있는 텐트 안으로 들어갈 때 결혼식이 절정에 달한다. 신랑이 도착하면 악대가 북과 피리로 신나게 연주해 흥을 돋우고, 신랑 가족은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돈을 뿌리고 아이들은 서로 주우려고 큰 소동을 벌인다.

결혼식 기간은 보통 사흘이며 부자는 닷새에 걸쳐 치른다. 결혼 비용도 만만치 않아 신랑은 신부 패물과 음식 비용으로 약 10만 루피(한화 약 200만 원), 신부는 가구와 혼수 비용으로 약 20만 루피를 지출하며 가정 형편에 따라 액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국민 소득을 감안하면 과도한 지출이며 자녀가 많고 딸을 많이 둔 가정에서는 이로 인해 평생 엄청난 빚을 지고 산다. 하지만 체면 문화(face-saving culture)를 중시하는 파키스탄 사회에서 결혼식은 가문의 영욕에 직결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화려하게 준비한다. 시골 지역에서는 가난하고 결혼할 여유가 없어 평생 혼자 사는 여인들도 많이 눈에 띄기에 파키스탄에서 소외된 여성에 대한 기독교 여성 선교사의 사역이 요청된다.

소기천 박사

<전 장신대 교수, 한국교회정론 대표>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