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해마다 설날이 되면 윤극영 선생의 동요가 정겹게 들리곤 한다. 본래 설날과 설은 다른 의미로 쓰였다. 설날은 정월 초하루를 가리키지만, 설은 동지로부터 대보름까지의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설의 기간을 좀 더 정리하여 설명하자면 음력 정월 초하루를 중심으로 하여 그 전은 동지가 있고 그 후는 대보름이 있다. 이를 기독교의 성부, 성자, 성령의 절기로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월 초하루는 정초, 원단, 세초(歲初)라고도 불렀다. 이는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연상시키는 절기이다. 동지는 다른 말로 아세(亞歲)라고도 하였다. 즉 ‘작은 설’이라는 말이다.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이 날에 로마에서는 태양신 축제가 행해졌고 이것이 예수 탄생의 축제일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니 이는 예수님과 연관시킬 수 있는 절기이다. 대보름은 달이 완전히 찬 상태이다. 이날은 잡귀를 쫓는 목적으로 불놀이를 한다. 마귀의 세력을 몰아내는 성령의 불이 연상되는 절기이다.
설에는 새 옷을 입는다. 우리의 신앙적 결단도 새로워져서 새로운 다짐으로 한 해를 시작해 보자. 설에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우리의 입술에 축복과 격려의 언어가 많아지는 절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설에는 연날리기를 한다. 그 연에 송악영복(送惡迎福)이라고 써서 사악한 것을 멀리 보내고 복을 기원하곤 하였다. 이 풍습을 통하여 우리도 악한 습관과 생각을 버리고 신령한 복을 사모하면 좋겠다. 설에는 윷놀이를 한다. 윷놀이는 뜻과 지혜와 마음을 모을 때 이길 수 있다. 믿는 성도들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고 서로 합력하는 자세를 기를 때 승리의 삶이 보장된다.
설에는 세배를 한다. 세배는 예배의 의미를 담고 있는 풍습이다. 예배(아바드)라는 말의 어원은 ‘엎드리다’라는 뜻이다. 매일 하나님께 엎드려 경배하는 마음으로 살 것을 다짐해보자. 설에는 널뛰기를 한다. 널뛰기처럼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고 그 반대의 때도 있다는 인생 철학을 깨닫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다. 설에는 팽이치기를 한다. 팽이가 살려면 매를 맞아야 한다. 고난이 주는 의미를 믿음 안에서 해석하고 감사할 줄 아는 신앙을 소유하면 좋겠다. 고유 명절인 설이 곧 다가온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