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소리] 명예를 지켜낸 자존심

Google+ LinkedIn Katalk +

19세기 초에 영국 군인이었던 아서 웰링턴 장군은 1815년에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에게 승리함으로 영국을 구한 영웅이었으며, 그 기세를 몰아 대영제국의 총리까지 되었던 인물이다. 그가 워털루 승전 만찬회를 성대하게 거행하던 중에 웰링턴 장군은 평소에 아끼던 다이아몬드가 박힌 지갑을 분실한 것을 알았고, 이 소식이 만찬장에 퍼지면서 분위기는 싸늘하게 변했다. 곧 근위병들이 들이닥쳤고,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주머니에 있는 물건들을 내보임으로 결백을 입증했다. 바로 그때에 구석에 앉아 있던 볼품없는 복장에 나이 많은 부사관은, ‘자신은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고 항변하며’ 주머니 검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주머니가 불룩하게 보였기에 주위 사람이 검사에 응할 것을 권유했지만, 그는 ‘대영제국 군인의 명예를 걸고 그런 일은 없음을 항변’하였고, 마침 웰링턴 장군의 중재로 ‘그 일은 없던 일’로 하고 만찬회는 계속되었다. 그 후 얼마 후에 웰링턴 장군이 예복을 입을 경우가 생겨 옷을 입고 우연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거기에 있던 지갑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신의 실수를 안 그는 바로 그때의 부사관을 불러, 주머니를 확인하지 못하게 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집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라 무심코 음식을 주머니에 넣었는데 이를 공개하면, ‘군인의 명예를 훼손하기에 이를 지키기 위해 수모를 감당’했노라고 고백하였다. 이에 장군은 그의 정신을 치하하며 그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있다.

얼마 전에 방탄소년단이 밴 플리트 상(Van Fleet Award)을 수상했는데, 이 상은 2차 대전과 6·25동란에서 미8군 사령관으로 참전했던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며 제정된 상이었는데, 밴 플리트 장군은 자신도 훌륭한 군인이었지만 그의 아들도 공군 파일럿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하는 희생정신을 지닌 애국 청년이었다. 이는 다시 부연할 필요도 없이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묵묵히 감당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일이라 여길 수 있겠다. 그러면서 병영에서 햄버거나 피자를 먹기도 하고, 일과 시간이 끝나면 휴대폰도 사용할 수 있고, 구타는 물론 얼차려도 금지되는 내무생활을 하는 정말 편한 군대생활을 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바라보며 세월의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입대를 기피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비록 전쟁에 나가 전사하는 정도의 엄청난 희생을 해야만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의 행동과 언어가 남에게 귀감이 되고, ‘영국 신사’라고 칭함을 받을 정도로 몸에 밴 인격을 갖춤으로, 누구에게나 정말 ‘명예를 지켜내는 자존심’을 지닌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사람이 지키는 규율은 아니지만, 실행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을 수 있기에 평소에 마음 수양으로 이를 갈고닦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지만, 거기에 덧붙여 학교에서 하는 인성교육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함이 안타깝다. 후손에게 지식을 전수하기보다 필요한 것은 올바른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다.

백형설 장로<연동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