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아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얼마나 성과를 거두는지 알 수 없었는데, 10년 정도가 지나고 국내 공장들이 지어지면서 회사 규모가 커지니 슬림화된 조직이 회사에 기민성을 더해주었다.
“사장님, 이번에 센서 개발에 들어갑니다.”
“그래, 어떤 센서지?”
“플로트(float) 센서입니다.”
“알았네. 어느 정도 진척이 되면 내가 들어가 보겠네.”
이런 식으로 업무가 진행되었다. 앞서 말했듯 내가 생각하는 중소기업의 생명력은 신속, 정확, 협동이다. 신속하게 계획하고 그것이 결정되면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야 결과 역시 신속히 얻어낼 수 있다. 그 다음이 정확성이다. 신속을 추구하다 보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정확도를 기하느라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정확도가 좀 떨어지더라도 신속한 게 나았다. 정확도는 몇 번의 수정·보완으로 고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팀을 나누어 관리하면서 최대한 독립성을 주었다. 처음에는 사장이 거의 모든 일을 관리하고 알아야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안정 궤도에 오르면 조직은 저절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별로 자율적으로 업무를 하게끔 했다. 팀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든, 정해진 업무를 나누거나 바꾸든 사장에게 컨펌도 받지 않도록 했다. 단, 적자만 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직원들은 어리둥절한 듯했지만 나는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더 큰 열매를 가져오리란 확신도 있었다.
조직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시도를 하다 보니 결과가 좋을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실패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됐다. 방법을 찾을 방법으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한 끝에 ‘평가제’를 도입했다. 이른바 ‘팀별 경영 실적 평가’로, 평가 양식을 만들어 직원 스스로 채점하게 한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나 평가는 싫어한다. 게다가 스스로에게 주는 점수라니, 다들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설득했다. 점수 따위로 개개인을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더 발전된 모습으로 바꿔나가자는 의미임을 피력했다. 마침내 팀별 평가제는 잘 정착되어 매월 월례회의 때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재밌는 일들도 많다. 개중엔 ‘내 탓이오’ 하는 사람도 있고 은근슬쩍 조직에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도 있다.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는 일들이다. 어쨌든 이 평가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드러냈다. 내내 적자에 시달리던 팀이 적자 폭을 줄여갔고, 흑자를 내지 못하던 팀이 어느 순간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칭찬과 고개 끄덕임, 가끔 조언을 해주는 정도지만 과연 조직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더니 우리 조직이 그랬다. 조직을 최소화하고 팀별로 운영해나가는 방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가능한 한 팀의 인원은 줄이는 것을 지향한다. 인력 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을 세분화하니 오히려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관리가 더 편해졌다. 불필요한 시간이 줄었고 궁금한 것은 그 자리에서 직접 해결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어 소통 과정도 편해졌다. 여러모로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강국창 장로
• 동국성신(주) 대표이사
• 가나안전자정밀(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