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는 가정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위기 이후 생겨난 ‘홈 루덴스(Home Ludens)’라는 말이 그 변화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여기서 홈 루덴스라는 말은 놀이하는 인간 곧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파생된 것으로서 외부활동보다는 집에서 놀이하는 인간을 뜻한다. 이 말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부터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집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을 설명해 주는 말이다.
이 홈 루덴스 현상은 우선 가정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현대가정은 이미 사회변화로 인해 다양한 문제를 겪어왔다. 전통적 대가족제도가 무너지고 새롭게 구축된 핵가족제도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혼가정, 1인 가정, 한 부모가정, 다문화 가정 등이 급증하고 있고, 가정의 기능이나 역할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는 여기에 설상가상의 충격을 가하고 있다. 다름 아닌 코로나로 인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가정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부갈등으로 인한 이혼율이 증가하고, 가정 내 돌봄이 장기화되면서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있고, 그리고 가정에서의 온라인교육이 장기화되면서 가정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사교육 유무로 인한 교육의 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홈 루덴스 현상은 기독교신앙이라는 관점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기독교가정은 사실상 비복음화의 길을 걸어왔다. 가족들 저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분주한 삶을 살아내다 보니 함께 모이기가 힘이 들어졌고, 그래서 미루고 양해하는 중에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이 어느새 하나둘씩 사라져버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예배가 사라졌고, 말씀 나눔과 함께 하는 기도와 찬양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녀들의 신앙양육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홈 루덴스 현상은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가족들이 가정에 함께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변화는 그동안 함께 하기 힘들어 미루고 포기해왔던 가정 안에서의 신앙생활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게 된 것이다.
이제 교회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홈 루덴스 현상을 적극 활용하여 성도들의 가정에서 신앙생활이 회복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정예배 운동을 펼쳐서 가정예배를 회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가정예배를 실제로 드릴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자료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신앙양육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위한 신앙교육 자료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코로나19 위기가 가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일 수도 있다. 그동안 현대에 들어와서 가정이 잃어버렸던 너무도 소중한 것들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신앙생활의 측면에서 잃어버리지 말았어야 했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좋은 기회라 여기며 이 기회를 꼭 잡을 수 있어야 하겠다.
박봉수 목사
<상도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