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0년의 낙조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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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해가 시작되는 동녘이 장엄하게 보인다면, 낙조의 저녁노을은 엄숙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인다. 인간사 모든 일엔 시작과 끝이 있는 법.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 중요하게 보이는 것은 시작이 끝을 위해 있기 때문이다.
매사의 시작이 곧 끝일 수는 없어도 끝은 새로운 시작의 반면(反面)이 되기 때문에 엄밀히 보면 시작과 끝은 별도로 생각할 수 없다. 끝마무리를 잘하려면 당연히 시작을 잘해야 되고 중간 과정도 좋아야 한다. 그러나 끝마무리를 따로 생각하면 세 가지만 잘해도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다.

첫째, 회고(懷顧)이고 둘째는 정리이고 셋째는 관계 점검이다. 첫째, 회고는 지난 1년을 반성해 보고, 비판도 해 보고 분석도 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말에 하루를 지혜롭게 살려면 3번은 반성(一日三省)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하물며 한 해를 보내면서 한 번도 반성할 줄 모르면 안 된다. 반성이란 지난 1년 간 자기의 언행과 습관 등 생활의 잘잘못을 돌이켜보면서 스스로 채점도 해 보고, 분석도 해 보고, 타인의 삶과 비교도 해 봐서, 긍정적인 면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정적인 면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둘째, 정리는 1년 동안 바쁘게 쫓기듯이 사느라고 흐려지고, 흩어지고, 피폐된 주변과 엉킨 것들을 가지런히 정리해보고, 때 묻고, 상처 난 부분이 있는지 정리하고, 책상 서랍도 신앙생활도 다시 살펴보면서 새해를 맞이하라는 뜻이다.

세 번째는 관계 점검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관계는 인간의 존재양식이다. 자전거나 자동차 등 기계를 사용하고 난 다음에 윤활유를 쳐주는 것은 기계 간의 마찰을 없애기 위함이듯, 사람 사이는 물론, 주차를 할 때나 자리에서 이동할 때나 식사를 할 때나 매사 시작과 종점에선 관계를 확인하면서 살아간다. 그와같이 한 해 동안의 관계를 점검해봐야 한다. 관계에는 하나님과의 관계도 있고 사물과의 관계도 있고 인간과의 관계도 있는데 여기서는 인간관계만을 이야기하려 한다.
속담에 “커피를 잘 섞으면 향기가 나고 사람을 잘 섞으면 생기가 난다”고 했다. 이것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이르는 말이고 호흡의 일치를 뜻하는 말이다. 호흡은 음악의 리듬이고 고저장단이다. 지구상에 사는 70억 인구의 생김이 다 다르듯이 엄밀히 보면 사람들의 생각도 다 다르다. 물론 생각이 같으면 충돌이 안 되고, 화합이 될 수 있으니 의견일치를 시도해 보는 건 좋다. 그러나 완전히 일치시키려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논리나 도리 등 기본이치에 안 맞거나 근본이 틀린 것이면 바로잡아야 되고 고쳐야 한다. 그러나 주장이나 방법 등의 차이 정도이거든 다른 것의 존재가치도 인정해 주면서 민주적인 대화의 방법으로 조화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정치는 물론 가족 간이나 친구 간에도 그렇다. 서로를 인정해 주면서 살아가면 다른 것이 오히려 이익이 되고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구동존이 유이익선(求同尊異 猶異益善)이란 말이 그런 뜻이고, 헤겔의 변증법에 나오는 정반합(正反合)의 논리도 같은 뜻이다.

그런데 지난 한 해 동안 정치판에 있었던 與野와 여여 야야의 대립을 봐도 그렇고 정치와 종교의 대립도 그랬고 언론의 관계도 비슷했다. 서로를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으로만 보고 협력자를 대결자로만 보고 싸우니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류학자의 말에 의하면 한국인의 가장 큰 약점이 시기심이고 당파심이라고 했는데 그 까닭은 한국인이 인간관계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요원하다.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의 정계와 교계를 돌아보면 대화와 협력이 부족했고 화합이 미숙했다. 민주주의는 다양다이(多樣多異) 속에서 대화로 조화를 모색해가는 게임이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일 땐 좀 불편하더라도 서로를 용납해 주고 이해해 주고 인내하면서 손잡고 같이 가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면 대한민국의 2021년엔 희망이 있고 평화와 번영이 찾아올 것이다.

변우량 장로<전 국회의원·새문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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